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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남자대학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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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6회 작성일 1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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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학생에겐 학점관리ㆍ교외활동ㆍ자기계발의 3박자가 필수가 되어버렸다. 과제를 위해 스터디를 하고, 인턴십 활동을 위해 뛰어다니고, 어학점수를 따로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잠깐 숨이라도 돌릴라치면 ‘프리라이더’의 낙인이 날아온다. 남녀 할 것 없이 바쁜 대한민국 대학생들이지만, ‘알파걸’이란 용어의 등장이 말해주듯 최근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몇 배쯤 더 바쁜 듯 보인다. 학점 상위권부터 공모전 입상, 기업 인턴십까지 여학생들의 선전이 유달리 눈에 띈다. 그 많던 남자대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지민ㆍ송윤경 대학생기자(eggzim@naver.com)
▶ 여대생의 활동증가 “잘 알고 있습니다”

Y대학 경영학과 J군은 이번 학기야말로 ‘장학금’과 ‘경력 쌓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겠다는 열의에 가득 차 있다. 군 제대 후 복학한 그는 더 이상 이전의 ‘먹고 놀자’ 대학생이 아니다. 매 수업 완벽한 출석관리와 함께 기업 두 곳에서 대학생 마케터로 활동하는 등 ‘바쁜 대학생’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어딜 가나 이른바 ‘완소남’이다. 그도 그럴 것이 J군이 활동하는 S그룹의 대학생 마케터 30명 중 남자는 단 10명뿐이다. 다른 한 곳인 M케이블 방송사 마케터는 여초현상이 더 심하다. 20명 중 남자는 고작 4명뿐이다. 함께 일하는 여학생들이 자신보다 두세 학번 어리다며 즐거워하던 J군을 보면서 여자 후배가 말한다. “이유가 있죠. 여학생들은 1,2학년 때는 1년 이상 장기간 활동해야 하는 학생회의(각종 포럼)나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들이는 대학생마케터를 병행하고, 고학년 때는 대부분 공모전과 정식인턴에 매진하거든요.”
‘알파걸’이란 용어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여성파워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정보통신 벤처창업 경진대회에서 1위를 한 ‘걸작(Girl 作)’은 여대생 세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전통적으로 남대생이 강세인 컴퓨터, 벤처, 창업관련 부문에서 이례적으로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모은 ‘걸작’의 팀장 박미영(국민대 광고 04) 씨는 “공모전을 위해 6개월 이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웹디자인과 기술적인 면에서 남학생의 도움을 받으려고 섭외를 많이 해 봤지만 관련 전공자가 아니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어요. 결국 관련학과 교수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 끝에 입상할 수 있었어요.”
공모전뿐 아니라 각 기업의 대학생 대상 활동들에서도 여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BGF with 현대자동차’에 참가한 김민지(숭실대 경영학과 05) 씨, 동아제약 대학생국토대장정에 참가한 김유나(고려대 중문학과 05) 씨, LG그룹의 LG글로벌챌린저에 참가한 이한나(연세대 경제학과 02) 씨 모두 “최종 선발에서는 비교적 남녀비율을 고르게 맞추고 있지만, 면접장에서 본 지원생 중에는 여학생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체 담당자는 “대학생 대상의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여학생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더 우수한 자질을 보인다”면서 “때로는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남학생들을 억지로 더 뽑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자대학생들은 사회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는 여성파워를 얼마나 실감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캠퍼스헤럴드가 서울시 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자대학생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우선 ‘여대생들의 대외활동의 증가 추세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52%가 ‘실감하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그 중 11%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답했다. 송창민(연세대 역사문화 04) 씨는 “외국 대학에서는 학위 수여율까지 여대생이 앞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이도훈(가명ㆍ연세대 사회복지 05) 씨는 “그녀들의 노력에 합당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별 생각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0%였다. 설문결과에서 보듯 남자대학생들도 여대생들의 활동 증가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남학생들, “군대가 걸림돌, 대외활동은 제대 후에”


학내 및 대외활동에서 상대적으로 남학생이 덜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남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장 많은 응답자가 ‘군 입대라는 걸림돌 때문’(43%)이라고 답했다. “애초에 1~2년 활동을 약속하고 들어가야 하는 곳은 입대 전에 응시할 수가 없고, 특히 학군단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대외 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많다”는 송창민 씨의 말처럼 대한민국 남자대학생들은 군 입대 문제가 자신들의 활발한 대외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학생들이 군 입대 문제 다음으로 많이 꼽은 응답은 ‘굳이 대외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31%)였다. 남자대학생 정모 씨는 “아직까지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취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덜 느끼는 것 같다”며 “여학생들을 경쟁상대로 인식하지 않는 친구들도 꽤 있는 편이다”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취업에서 여유가 있는 남학생들이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에 여학생보다 덜 적극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은 군대라는 걸림돌이 없고 취업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대외활동에 더 적극적인 걸까? 그렇다면 똑같이 경쟁해도 여학생들이 능력 면에서 더 탁월함을 발휘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학생들에 비해 본인이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남학생들은 꼼꼼함(48%), 준비성(26%), 지적 능력(9%), 창의력(4%)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박종대(연세대 전자공학 03) 씨는 “여학생들의 꼼꼼함은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과공부를 하면서 쏟아지는 대외활동 정보를 챙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여학생들은 학과공부는 물론 기타 인턴십 등을 놓치지 않고 잘 챙기는 것을 봅니다. 놀랍죠. 그 부분은 정말 따라가기 힘든 것 같아요.” 정승훈(계명대 자율전공 06) 씨도 “같은 과 여학생들은 1,2학년 때부터 벌써 경력관리에 들어간다”며 꼼꼼함과 준비성을 여학생들의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남학생들은 학점관리와 어학공부 등 대외활동보다는 학과공부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진출에 대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학점관리(35%)’를 꼽았고, ‘어학공부’(33%)가 뒤를 이었다. 대외활동에 속하는 ‘각종 모임을 통한 리더십 개발’과 ‘인턴십 및 공모전’은 각각 17%와 7%에 그쳤다. 특히 남학생들은 군 복무 이전까지는 주로 학과공부에 충실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훈(단국대 경제학과 04) 씨는 “군대 가기 전까지는 우선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학점 관리에 신경 썼다”며 “제대 후 복학하는 다음 학기부터는 주식 관련 대외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남학생들은 대외활동을 시작하기 적당한 시기로 ‘언제든 상관없다’(37%)고 대답했지만, ‘군 입대 전’(19%)보다는 ‘군 입대 후’(35%)가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 “여학생들의 꼼꼼함과 유연한 사고는 강점”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두드러지는 여학생들의 활약에 대해 남학생들은 스스로 군대라는 걸림돌과 아직은 취업 전선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군 입대가 당신의 대외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기 하기 나름’(56%)이라고 대답해 ‘큰 제약이 된다’(39%)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여학생들의 약진을 사회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남학생들도 인정한 셈이 됐다.

장희성(한양대 경영 05) 씨는 “여학생들도 마찬가지로 학과공부, 어학공부, 교내활동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잘 쪼개서 활동하는 것 아니냐”며 “군대가 남자들에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미리부터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대외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명(26ㆍ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남학생들의 경우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대외활동을 하는 사람이 드물어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며 “요즘은 점차 늘고 있으니 곧 남학생들의 대외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능력에 대한 기준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력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인혁(연세대 언론홍보영상 04) 씨는 “조별 과제를 함께 해 보면 여학생들이 아이디어 및 과제물 작성에서부터 발표까지 남학생들보다 훨씬 더 우수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수민(고려대 일어일문 03) 씨도 “여학생들의 사회참여 기회가 넓어지면서 이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며 “서로의 장점을 개발한다면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동덕여대 여성학과 손승영 교수는 “남녀의 차이가 대외활동 경향의 차이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남학생들은 인맥 쌓기에 강하고 주변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반면, 여학생들은 주변보다는 꼼꼼하고 철저하게 자기관리 하는 데 강한 편입니다. 따라서 남학생들이 주변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관심 분야의 정보와 노하우를 수집하는 편이고, 여학생들은 스스로 관심분야의 경험을 쌓는 편이기 때문에 여대생들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진출하면 여성들이 ‘유리벽’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손 교수는 “앞으로는 남녀의 구별이나 차별보다는 그 둘의 장점을 가진 멀티플레이어적인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존하면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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