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요수 요강바위, 순창 섬진강 장군목 생태관광지
페이지 정보
본문
당신이 아직 요강바위를 못 본 것은, 비경을 쉬쉬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분명하다. 산도 좋고 물도 좋아 요산요수인 그곳을, 생태적으로 지켜 내는 것은 모두의 의무이고.
어른 두어 명은 너끈히 들어갈 요강바위
●요강에서 하늘까지
섬진강 상류. 꽤 너른 강폭이지만 유속이 빠르다. 주변의 바위들이 어찌하여 모두 둥글둥글 성격 좋아 보이게 다듬어졌는지 알 것 같다. 크고 작고 평평하고 기묘한 너럭바위들이 3km에 걸쳐 퍼져 있는 이곳이 바로 장군목 유원지다. 순창 사람들은 장군목을 섬진강 212.3km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는다. 딱 봐도 여러 가지 전설이 수위를 넘고, 바위마다 유명(有名)할 것 같은 풍경인데,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하나 있다. 어른 몇이 너끈히 들어갈 구멍을 품고 있는 높이 2m, 폭 3m, 무게 15톤의 요강바위다. 여인들은 바위를 향한 치성 끝에 아이를 얻었고, 사내들은 전쟁통에 구멍에 숨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단다.
용궐산 하늘길에서 내려다본 장군목
뒷간 가는 길이 힘들어 등장한 게 요강일 텐데, 물속에 자리한 요강바위에 접근하려니 과감한 점프를 필요로 한다. 징검다리용 바위를 보강해 접근성을 높이고 물억새 등 초하류를 심어 풍경까지 가꿨는데 지난해 홍수에 모두 휩쓸려 가고 말았다. “홍수가 나면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수차례 공지하고, 군 행정에서도 인지를 했음에도 이렇게 유실되어 아쉬움이 크지요.”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박종석 센터장의 말이다.
그렇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장군목이 이렇게 아름다우니 요강바위부터 용궐산 하늘길까지 여러 기관들이 손을 뻗어 길을 만들고 다리를 세우고 숙박 단지와 숲을 조성했지만, 봄바람에 실려 온 섬진강 종주 자전거 라이더들만 휘휘 지나갈 뿐 방문객은 뜸한 편이다. 서로 다른 정책 끝에 세워진 시설은 시작일 뿐, 남겨진 과제가 더 큰 것이다.
현수교는 장군목 전망대 역할도 한다
요강바위 가까이서 덕을 톡톡히 입었을 내룡마을이나 장수마을로 소문난 구미마을에서 생태관광을 이끌어 갈 에코매니저가 배출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여느 시골이 다 그러하듯, 이곳도 노령화로 적극적인 활동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출렁거리는 현수교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장군목 풍경은 옛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섬진강 대수리(‘다슬기’의 전라도 사투리)를 잡아서 국으로 마시고, 반찬으로도 먹던 아이들은 커서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섬진강 종주 자전거 행렬이 하루종일 이어진다
스쿠터 밑에 숨어 있는 문구는 일방통행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물도 좋지만, 산도 좋으니 모두 즐겨야 한다. 산림휴양관 뒤편에서 용궐산(646m)과 무량산(586m) 사이에 놓인 임도를 찾았다. 꽤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용추계곡 물소리가 동행이 되어 주고, 하늘길에 도착하면 보상이 아찔하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용궐산 상부 경사면을 가로지르는 500여 미터의 데크길은 허공에 걸린 듯하다.
사실 암벽에 구멍을 내서 데크를 설치한 하늘길은 생태적이지 않다. 출렁다리, 현수교도 비슷한 맥락에서 우려를 낳는다. “그러한 우려가 있지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면 그 다음이 우리의 과제가 되겠지요.” 박종석 센터장의 대답이다. 동계리를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 장군목 구간이 한눈에 들어오니 인간 드론이 된 기분이다. 하늘길에서 요강까지, 다시 발길을 돌려 두 발로 착륙하니 다리가 후덜덜하다. 탁족에 처하라. 처방이 내려진다.
7월이면 구암정 주변의 배롱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운다
●유원지에서 생태관광지로
강과 숲이 천천히 정비되는 동안 세상도 조금 바뀌었다. 팬데믹으로 여행의 패턴이 바뀌었고, 캠핑, 트레킹, 숲 여행이 대세다. 장군목은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원지’에서 ‘생태관광지’로의 전환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후에 따라 유속이 변하듯 순천 장군목도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변하는 중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용궐산 치유의 숲 사업과 2021년 진행된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이 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내부 공사만 남겨 놓았다는 산림휴양관 주변을 오가는 인부들의 발걸음이 재다.
용궐산 자락에 자리한 산림휴양관
올해는 생태탐방로 주변에 에코 전시 공간을 추가로 조성하고, 아직 널리 홍보되지 않은 치유의 숲, 자생식물원과 최근 준공된 하늘길 등을 연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기획할 예정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섬진강이 시간을 싣고 흐르는 동안 무궁화원, 암석원, 창포원 등은 저마다 다른 꽃을 피워 올릴 것이고, 구미마을의 후손들이 구암 양배의 덕망을 기리기 위해 세웠고, 지금은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구암정(龜岩亭) 앞 배롱나무(목백일홍)도 7월이면 백일 동안의 향연을 시작할 것이다. 어김없는 것은 자연의 약속뿐이다.
순창 섬진강 장군목 생태관광지
전화: 063 650 1722(순창군 환경수도과)
장군목유원지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686-1
용궐산 치유의 숲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562
구암정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1028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www.jb-ecotour.org
천소현 기자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어른 두어 명은 너끈히 들어갈 요강바위
●요강에서 하늘까지
섬진강 상류. 꽤 너른 강폭이지만 유속이 빠르다. 주변의 바위들이 어찌하여 모두 둥글둥글 성격 좋아 보이게 다듬어졌는지 알 것 같다. 크고 작고 평평하고 기묘한 너럭바위들이 3km에 걸쳐 퍼져 있는 이곳이 바로 장군목 유원지다. 순창 사람들은 장군목을 섬진강 212.3km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는다. 딱 봐도 여러 가지 전설이 수위를 넘고, 바위마다 유명(有名)할 것 같은 풍경인데,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하나 있다. 어른 몇이 너끈히 들어갈 구멍을 품고 있는 높이 2m, 폭 3m, 무게 15톤의 요강바위다. 여인들은 바위를 향한 치성 끝에 아이를 얻었고, 사내들은 전쟁통에 구멍에 숨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단다.
용궐산 하늘길에서 내려다본 장군목
뒷간 가는 길이 힘들어 등장한 게 요강일 텐데, 물속에 자리한 요강바위에 접근하려니 과감한 점프를 필요로 한다. 징검다리용 바위를 보강해 접근성을 높이고 물억새 등 초하류를 심어 풍경까지 가꿨는데 지난해 홍수에 모두 휩쓸려 가고 말았다. “홍수가 나면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수차례 공지하고, 군 행정에서도 인지를 했음에도 이렇게 유실되어 아쉬움이 크지요.”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박종석 센터장의 말이다.
그렇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장군목이 이렇게 아름다우니 요강바위부터 용궐산 하늘길까지 여러 기관들이 손을 뻗어 길을 만들고 다리를 세우고 숙박 단지와 숲을 조성했지만, 봄바람에 실려 온 섬진강 종주 자전거 라이더들만 휘휘 지나갈 뿐 방문객은 뜸한 편이다. 서로 다른 정책 끝에 세워진 시설은 시작일 뿐, 남겨진 과제가 더 큰 것이다.
현수교는 장군목 전망대 역할도 한다
요강바위 가까이서 덕을 톡톡히 입었을 내룡마을이나 장수마을로 소문난 구미마을에서 생태관광을 이끌어 갈 에코매니저가 배출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여느 시골이 다 그러하듯, 이곳도 노령화로 적극적인 활동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출렁거리는 현수교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장군목 풍경은 옛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섬진강 대수리(‘다슬기’의 전라도 사투리)를 잡아서 국으로 마시고, 반찬으로도 먹던 아이들은 커서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섬진강 종주 자전거 행렬이 하루종일 이어진다
스쿠터 밑에 숨어 있는 문구는 일방통행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물도 좋지만, 산도 좋으니 모두 즐겨야 한다. 산림휴양관 뒤편에서 용궐산(646m)과 무량산(586m) 사이에 놓인 임도를 찾았다. 꽤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용추계곡 물소리가 동행이 되어 주고, 하늘길에 도착하면 보상이 아찔하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용궐산 상부 경사면을 가로지르는 500여 미터의 데크길은 허공에 걸린 듯하다.
사실 암벽에 구멍을 내서 데크를 설치한 하늘길은 생태적이지 않다. 출렁다리, 현수교도 비슷한 맥락에서 우려를 낳는다. “그러한 우려가 있지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면 그 다음이 우리의 과제가 되겠지요.” 박종석 센터장의 대답이다. 동계리를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 장군목 구간이 한눈에 들어오니 인간 드론이 된 기분이다. 하늘길에서 요강까지, 다시 발길을 돌려 두 발로 착륙하니 다리가 후덜덜하다. 탁족에 처하라. 처방이 내려진다.
7월이면 구암정 주변의 배롱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운다
●유원지에서 생태관광지로
강과 숲이 천천히 정비되는 동안 세상도 조금 바뀌었다. 팬데믹으로 여행의 패턴이 바뀌었고, 캠핑, 트레킹, 숲 여행이 대세다. 장군목은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원지’에서 ‘생태관광지’로의 전환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후에 따라 유속이 변하듯 순천 장군목도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변하는 중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용궐산 치유의 숲 사업과 2021년 진행된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이 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내부 공사만 남겨 놓았다는 산림휴양관 주변을 오가는 인부들의 발걸음이 재다.
용궐산 자락에 자리한 산림휴양관
올해는 생태탐방로 주변에 에코 전시 공간을 추가로 조성하고, 아직 널리 홍보되지 않은 치유의 숲, 자생식물원과 최근 준공된 하늘길 등을 연계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기획할 예정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섬진강이 시간을 싣고 흐르는 동안 무궁화원, 암석원, 창포원 등은 저마다 다른 꽃을 피워 올릴 것이고, 구미마을의 후손들이 구암 양배의 덕망을 기리기 위해 세웠고, 지금은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구암정(龜岩亭) 앞 배롱나무(목백일홍)도 7월이면 백일 동안의 향연을 시작할 것이다. 어김없는 것은 자연의 약속뿐이다.
순창 섬진강 장군목 생태관광지
전화: 063 650 1722(순창군 환경수도과)
장군목유원지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686-1
용궐산 치유의 숲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장군목길 562
구암정
주소: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1028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www.jb-ecotour.org
천소현 기자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 이전글관광공사 '추천 웰니스 관광지' 7개소 신규 선정 21.05.04
- 다음글경북 울진 금강송 에코리움 '웰니스 관광지' 선정 21.05.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