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가 무려 44가지, 서울길 어디부터 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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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보해설관광’ 무료 운영
최대 3명…한 명만 있어도 출발
반세기 된 한국 최초 주상복합
2000년 세월 백제 토성의 흔적
나홀로나무와 만나는 시간여행걷기 여행이 주는 탁월한 즐거움은 생생한 체험에서 온다. 이름난 길도 막상 걸어보면 달리 보인다. 전문가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이 2월부터 소규모, 비대면 방식으로 달라졌다. 20명씩 몰려 다니는 풍경은 이제 없다. 최대 참여 인원은 불과 3명. 단 한 명이 신청해도 문화관광해설사가 나서 여행을 돕는다. 여행자 입장에선 되레 듣는 재미가 더 커졌다. 심지어 무료다. ‘서울도보해설관광’ 44개 코스 가운데, 대표적인 세 곳을 추렸다.
집들이 다시 보이네 - 서울로7017
음식이든 쇼핑이든 여행의 목적에 따라 입맛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곳이 서울역이다. 덕수궁·남대문시장 같은 명소가 지척에 있다. 건축 투어도 가능하다. 옛 서울역(1925), 손기정기념관(1918), 약현성당(1892) 등을 돌아보는 2.9㎞ 코스다.
출발점은 옛 서울역 고가, 그러니까 ‘서울로7017’이다. 1970년대 건설한 고가도로를 2017년 공원으로 재단장해 서울로7017이다. 화분 600여 개가 놓여 있어 제법 거닐 맛이 난다.
르네상스식 외관이 인상적인 서울역 옛 역사는 1925년 세워졌다. ‘경성역’으로 불리다 광복 이후 ‘서울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혜경(69) 문화관광해설사는 “도쿄역을 베낀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1896년 준공한 스위스 루체른역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건물”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감성의 맛집이 밀집한 만리재에서 우측 샛길로 들면 손기정기념관(옛 양정고등보통학교)과 약현성당을 연이어 만난다. 약현성당은 1892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성당이다. 명동성당보다 6년이 빠르다. 근방에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인 성요셉아파트(1971)도 있다. 아파트 앞에 방치돼 있던 무허가 판자 건물이 최근 매끈한 분위기의 책방과 음반가게로 거듭났다. 낡은 가게와 새 가게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풍경이 이채롭다.
한 가지 더. 서울로7017 다리 밑 ‘여행자 터미널’도 시간 내 들러볼 만하다. 원하는 코스 길이, 관심 분야 등을 체크하면 맞춤형 여행 자료를 건네준다. 안전 여행을 위한 무료 선물(마스크, 항균 파우치, 손 소독제)도 있다.
옛 한양 굽어보기 - 낙산성곽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세운 뒤 수도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 능선을 따라 거대한 성곽을 쌓게 했다. 그 길이가 18.6㎞에 달한다. ‘낙산성곽’ 코스는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출발해 성곽을 따라 이어진다. 한양도성박물관, 이화마을을 지나 낙산(126m) 정상을 찍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내려오는 2.5㎞ 코스다.
긴 세월 성곽은 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처음 축조할 때는 흙으로 다진 토성도 있었다. 모든 성곽이 돌로 바뀐 건 세종 때 이르러서다. 손은희(63) 문화관광해설사는 “돌의 형태와 빛깔만 보고도 축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혹 이름과 지역을 줄줄이 새긴 돌도 보인다. 당시 성곽을 쌓은 책임자의 인적 사항을 새긴 ‘각자성석(刻字城石)’이다.
멀리 보는 재미도 있다. 한양도성박물관 뒤편 언덕길에선 흥인지문과 성곽, DDP와 여러 쇼핑타운이 한 프레임에서 들어온다. 낙산 정상에선 내사산이 품은 옛 서울의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성곽 안쪽의 이화마을은 일종의 별책부록이다. 비탈진 좁은 골목을 따라 낡고 허름한 벽돌집이 비스듬한 자세로 줄지어 선다. tvN ‘도깨비’ JTBC ‘힘쎈여자 도봉순’ 같은 인기 TV드라마가 이 산동네에서 그림을 만들었다. 한양도성의 어느 구간보다 낙산성곽에 젊은 층이 많이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이화마을 어귀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이 늘어서 있다. 교복과 한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셀카 놀이에 몰두하는 젊은이와 아웃도어 룩으로 무장한 하이커가 서로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다.
왕성에서 쉼터로 - 몽촌토성
낙산성곽이 한양도성의 600년 역사를 입증하는 장소라면,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은 백제의 도읍이 한강 유역에 있었다는 거대한 물증이다. 대략 2000년의 세월을 헤아린다. ‘몽촌토성’ 구간은 올림픽대로 남단 풍납토성에서 시작해 몽촌토성을 거쳐 평화의광장(올림픽공원), 한성백제박물관으로 이어지는 4㎞ 코스다.
원래는 공사판이 될 땅이었다. 1980년대 올림픽공원을 조성할 때 몽촌토성 아래에서 백제 토기가 대거 출토됐고, 불과 700m 떨어진 풍납동에서도 1997년 아파트 공사 중 백제 건물터와 토기와 쏟아져 나왔다. 땅을 뒤엎는 개발 광풍이 되레 유산을 되찾게 한 셈. 역사의 아이러니다.
백제 왕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은 이제 그 형세가 몰라볼 정도로 초라하다. 주택가 사이에 야트막한 토성의 흔적이 봉긋 올라와 있을 따름이다. 오랜 세월 속에 헐리고 끊겨 2.1㎞만 남았다. 김상진(76) 문화관광해설사는 “더 많은 이가 드나들고 기억해야 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몽촌토성은 성내천이 휘감은 구릉 위에 있다. 걸출한 입지 덕분에 지금은 시민의 쉼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높이 50m쯤 되는 언덕이 완만한 파도를 이룬다. 언덕을 오르면 몽촌호수와 평화의광장, 롯데월드타워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언덕의 안쪽은 푸른 평원이다. 그곳에 인증샷 명소로 통하는 ‘나홀로나무’가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에는 이 일대에서 발굴한 백제 유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실물 크기로 재현한 풍납토성도 볼 수 있다.
최대 3명…한 명만 있어도 출발
반세기 된 한국 최초 주상복합
2000년 세월 백제 토성의 흔적
나홀로나무와 만나는 시간여행걷기 여행이 주는 탁월한 즐거움은 생생한 체험에서 온다. 이름난 길도 막상 걸어보면 달리 보인다. 전문가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이 2월부터 소규모, 비대면 방식으로 달라졌다. 20명씩 몰려 다니는 풍경은 이제 없다. 최대 참여 인원은 불과 3명. 단 한 명이 신청해도 문화관광해설사가 나서 여행을 돕는다. 여행자 입장에선 되레 듣는 재미가 더 커졌다. 심지어 무료다. ‘서울도보해설관광’ 44개 코스 가운데, 대표적인 세 곳을 추렸다.
집들이 다시 보이네 - 서울로7017
‘서울로7017(서울역 고가 도로)’에서 서울역 옛 역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출발점은 옛 서울역 고가, 그러니까 ‘서울로7017’이다. 1970년대 건설한 고가도로를 2017년 공원으로 재단장해 서울로7017이다. 화분 600여 개가 놓여 있어 제법 거닐 맛이 난다.
르네상스식 외관이 인상적인 서울역 옛 역사는 1925년 세워졌다. ‘경성역’으로 불리다 광복 이후 ‘서울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혜경(69) 문화관광해설사는 “도쿄역을 베낀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1896년 준공한 스위스 루체른역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건물”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감성의 맛집이 밀집한 만리재에서 우측 샛길로 들면 손기정기념관(옛 양정고등보통학교)과 약현성당을 연이어 만난다. 약현성당은 1892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성당이다. 명동성당보다 6년이 빠르다. 근방에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인 성요셉아파트(1971)도 있다. 아파트 앞에 방치돼 있던 무허가 판자 건물이 최근 매끈한 분위기의 책방과 음반가게로 거듭났다. 낡은 가게와 새 가게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풍경이 이채롭다.
한 가지 더. 서울로7017 다리 밑 ‘여행자 터미널’도 시간 내 들러볼 만하다. 원하는 코스 길이, 관심 분야 등을 체크하면 맞춤형 여행 자료를 건네준다. 안전 여행을 위한 무료 선물(마스크, 항균 파우치, 손 소독제)도 있다.
옛 한양 굽어보기 - 낙산성곽
낙산(126m)은 야트막하지만, 근사한 경치를 품고 있다. 성곽길을 따라 올라, 정상에 서면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에 안긴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흥인지문에서 낙산, 마로니에 공원으로 이어지는 무료 해설 프로그램도 있다.
긴 세월 성곽은 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처음 축조할 때는 흙으로 다진 토성도 있었다. 모든 성곽이 돌로 바뀐 건 세종 때 이르러서다. 손은희(63) 문화관광해설사는 “돌의 형태와 빛깔만 보고도 축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혹 이름과 지역을 줄줄이 새긴 돌도 보인다. 당시 성곽을 쌓은 책임자의 인적 사항을 새긴 ‘각자성석(刻字城石)’이다.
멀리 보는 재미도 있다. 한양도성박물관 뒤편 언덕길에선 흥인지문과 성곽, DDP와 여러 쇼핑타운이 한 프레임에서 들어온다. 낙산 정상에선 내사산이 품은 옛 서울의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낙산성곽 아래 자리한 이화마을. 골목 투어를 즐기는 젊은 관광객이 많다.
왕성에서 쉼터로 - 몽촌토성
몽촌토성의 명물 ‘나홀로나무’. 푸른 초원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담아가기 좋은 장소다.
원래는 공사판이 될 땅이었다. 1980년대 올림픽공원을 조성할 때 몽촌토성 아래에서 백제 토기가 대거 출토됐고, 불과 700m 떨어진 풍납동에서도 1997년 아파트 공사 중 백제 건물터와 토기와 쏟아져 나왔다. 땅을 뒤엎는 개발 광풍이 되레 유산을 되찾게 한 셈. 역사의 아이러니다.
백제 왕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은 이제 그 형세가 몰라볼 정도로 초라하다. 주택가 사이에 야트막한 토성의 흔적이 봉긋 올라와 있을 따름이다. 오랜 세월 속에 헐리고 끊겨 2.1㎞만 남았다. 김상진(76) 문화관광해설사는 “더 많은 이가 드나들고 기억해야 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몽촌토성은 성내천이 휘감은 구릉 위에 있다. 걸출한 입지 덕분에 지금은 시민의 쉼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높이 50m쯤 되는 언덕이 완만한 파도를 이룬다. 언덕을 오르면 몽촌호수와 평화의광장, 롯데월드타워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언덕의 안쪽은 푸른 평원이다. 그곳에 인증샷 명소로 통하는 ‘나홀로나무’가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에는 이 일대에서 발굴한 백제 유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실물 크기로 재현한 풍납토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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