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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노닌 이상향… 세월은 추억이 되고 길손은 시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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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21회 작성일 21-06-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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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윤선도가 사랑한 ‘조선 3대 별서정원’ 전남 완도 보길도이른 아침 보죽산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공룡알해변 일대. 활처럼 휘어져 유연한 곡선미를 뽐내는 해변에 공룡알처럼 큰 돌멩이 등 다양한 몽돌이 깔려 있다.
전남 완도군은 유인도 55개와 무인도 210개 등 265개의 크고 작은 섬을 품고 있다. 육지보다 12배 넓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푸른 다도해에 보석처럼 박힌 섬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의 전복 산지인 노화도를 거쳐 고산 윤선도의 숨결이 서린 보길도를 찾았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한양(서울) 출신이었던 고산은 후사가 없던 해남 윤씨 종가에 입양됐다. 병자호란 당시 해남에 칩거하고 있던 윤선도는 왕(인조)이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세상을 멀리하고자 제주도로 향했다. 가던 길에 보길도를 발견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돼 머물게 됐다.

작은 연꽃이 피어 있는 세연지에 섬처럼 떠 있는 세연정.
선착장이 있는 노화도에서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에 들어서면 조선 3대 별서정원으로 꼽히는 윤선도 원림(부용동 원림)이 가깝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 양식을 하고 있다. 구들 모양의 판석으로 개울을 막아 못을 만드는 특별한 방법으로 조성했다. 가운데 세연정은 마치 연못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 정자는 사방의 문을 모두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 구조로 지어졌다. 주변으로 동백나무와 소나무를 비롯한 상록수가 녹음을 드리우고 세연지 수면에 연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이곳에서 고산은 바다를 바라보며 주옥같은 ‘어부사시사’를 지었다.

건너편 낙서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동천석실.
세연지에서 1㎞쯤 올라가면 낙서재 터 건너편 산 중턱에 ‘하늘정원’ 동천석실이 있다. 해발 100m 정도에 있는 석실에는 석문, 석담, 석천, 석폭, 석대 및 희황교 유적이 있다. 그는 부용동에서 생활하는 자신을 신선으로 승화시켜 중국의 선인인 희황에 비유했다.

동천석실은 고산이 13년 머무르다 생을 마친 낙서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우거진 숲 사이에 자리한 바위 위의 조그마한 단칸 정자가 날아오를 듯 올라앉아 있다. 낙서재 앞 거북 모양의 귀암은 윤선도가 달맞이하던 바위다. 인근에 고산의 아들이 조성했다는 곡수당이 있다.

보길도 해안을 따라 도로가 조성돼 있지만 예송리와 보옥리 사이엔 도로가 없다. 이 구간에 2019년 걷기길인 ‘어부사시사 명상길’이 개통했다. 격자봉 능선 동쪽 해안 절벽을 따라 예송리 갯돌해변부터 보옥리 공룡알해변까지 약 5.2㎞ 거리다.

예송리 갯돌해변에 둥글납작한 갯돌이 1.4㎞나 펼쳐져 있다.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방풍림 역할을 하는 상록수림(천연기념물 40호)이 울창하다. 예송리해변에서 400m 건너편에 예작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이 섬의 감탕나무도 수령 300년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이다.

공룡알해변에 내려서면 공룡알처럼 큰 돌멩이가 지천이다. 해변에 줄지어 쌓은 돌탑이 정겹다. 바로 옆에는 보죽산이 우뚝하다. 해발 195m로, 모양 때문에 뾰족산으로도 불린다. 등산로에 접어들면 동백나무 군락지가 깊은 숲을 이룬다. 나무 사이 오솔길은 숲을 벗어나 절벽 길로 이어진다. 절벽 위에 올라서면 공룡알해변 옆 바다와 쥐 모양 섬 ‘치도’가 발아래 있다. 활처럼 휘어진 공룡알해변이 유연한 곡선미를 뽐낸다.

파도 상징 벤치 등을 갖춘 망끝전망대 인근 일몰 풍경.
보옥리에서 보길도 서쪽 해안도로를 달리면 망끝전망대가 나온다. 옥매, 갈도, 상도 등의 무인도가 지척에 있고 남쪽으로는 횡간도와 추자도가 조망된다. 파도를 상징하는 벤치 위에 ‘BOGIL’을 조합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일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다.

‘송시열 글씐바위’에 새겨진 오언절구 시.
예송리에서 통리해변과 중리해변을 지나면 보길도의 동쪽 끝 해안 절벽에 ‘송시열 글씐바위’가 나온다. 숙종 15년(1689년) 희빈 장씨가 낳은 왕자(조선 20대 왕 경종)의 세자 책봉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제주도로 유배될 때 풍랑을 만나 잠시 머물렀던 우암 송시열이 썼다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83세의 늙은 몸이 거칠고 먼 바닷길을 가노라’는 시가 새겨진 바닷가는 보길도의 3대 명승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풍광을 보여준다. 글씐바위 절벽에 서면 소안도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여행메모
해남 갈두·완도 화흥포 두 노선
보죽산 들머리에 등산로 안내판


전남 내륙에서 보길도로 가는 뱃길은 두 가지다. 해남 갈두항에서 노화도 산양진항으로, 완도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두 노선 모두 편도 뱃삯은 성인 기준 6500원, 차량은 약 1만8000원이며 30분 정도 소요된다.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배 운항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다리로 이어져 있다.

자가용을 이용해 어부사시사 명상길을 걸으면 길을 되돌아 걸어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보옥항 너머 동백나무 숲을 지닌 뾰족한 형상의 보죽산.
보옥항에서 공룡알해변으로 가는 길 중간쯤 보죽산 들머리에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나무에 가려져 있어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주소 '보길로 1206-7' 바로 앞이다. 보길도 내 유명한 여행지 곳곳에 펜션·민박 등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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