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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이 은행의 역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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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21-08-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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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별곡] 인천 은행 거리

▲ 인천개항박물관에 재현되어 있는 은행 거리의 모습 인천개항박물관의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기법으로 그때 당시 인천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파노라마로 만들어진 당시의 인천 은행거리의 모습이다.
ⓒ 운민

인천 중구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발을 한 발짝만 떼게 된다면 중국풍이 가득했던 거리에서 벗어나 일본, 서양식의 건물이 오밀조밀 이어지는 거리가 나온다. 대체적으로 언덕길이 많은 인천 구도심이지만 여기 개항장 문화지구라 일컫는 이곳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시 구획이 반듯하고 일정하다.

특히 이 구획에는 흔히 적산가옥이라 불리는 일본식 가옥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인위적으로 꾸민 듯하다. 군산, 목포 등 비슷한 인상을 주는 항구도시에 비해 부침이 많았던 것을 어느 정도 감안은 해야 하지만 개화기 세트장 같은 분위기라 아쉬운 맘이 없지 않았다.      

일제 수탈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 
 
▲ 예전 일본 1 국립은행이었던 인천개항박물관의 전경 일본이 조선에서 나는 금괴를 사들여 조선을 본격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1국립은행의 인천지점이었다. 지금은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 운민

 
하지만 그 바로 다음 구획을 거닐게 된다면 그 시절 그 당시의 분위기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건물들이 더러 남아 있다. 저번 화에 소개했던 대불호텔을 시작으로 일본 은행 건물로 쓰였던 곳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생산되는 금괴를 사들여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항구로 들어오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관세를 받는 업무도 수행했다.

현재는 이 거리에 3개의 은행 건물이 보존되어 있는데, 그 중 2개의 건물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어서 내부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보이는 은행 건물 중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은 현재 인천 개항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일본 제1국립은행 인천지점이라 한다.

2층 석조건물의 신고전주의 양식을 차용한 전형적인 제국주의 시절의 모습을 띄고 있다. 처음엔 일본은행으로 쓰이다가 광복 후 한국은행 인천지점, 조달청 인천사무소, 인천 지방법원 등기소 등 그 용도가 계속해서 변했다. 하지만 박물관으로 바뀌면서 예전 개항기 때 건물의 내부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살린 듯했다. 그래서 역사여행을 하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우선 1 전시실로 들어오면 인천 개항 이후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근대 문물을 위주로 설명이 잘 구현되어 있었다. 그때 당시 남아있던 수많은 사진 자료와 상업광고 포스터들, 그리고 엽서 등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이제 2 전시실로 오게 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에 관한 내용 위주로 전시가 되어 있다. 현재는 수도권 1호선의 일부로서 인천, 부천 지역 사람들의 발이 돼주고 있지만 이 철도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소라 생각된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3 전시실로 이동해보자. 개항 이후 인천의 모습을 실감 나는 파노라마로 재현해 놓았다. 그 당시 풍경과 특히 은행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 본전 통 은행거리에 대한 설명이 충실하게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4 전시실은 실제 은행의 금고 자리에 만들어졌는데 실제 금괴는 보지 못했지만 그 당시 일제의 수탈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라 생각한다.

박물관의 전시와 구성도 나름 훌륭했지만 천장에 달려있는 샹들리에, 나무 바닥 등의 인테리어가 그대로 남아있어 그 당시 시대상을 알려주는 좋은 박물관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옆의 건물에서 기획 전시도 하니 놓치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내가 갔을 당시엔 인천과 청년 김구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사실 김구와 인천의 인연은 꽤 깊은 편이다. 김구 선생이 청년 시절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분노해 일본인 스치다를 살해한 치하포 사건을 일으켜 인천 감리소에 수감되었다. 2년간의 수감 생활을 거쳐 그는 탈옥하게 되었고, 마곡사에 숨어서 중이 되는 등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냈었다.

하지만 1910년 다시 투옥되었고, 1914년 인천 감옥으로 이감돼 인천항을 건설하는 노역에 동원되는 등 그에게 인천이란 수많은 고통과 고난을 안겨준 도시일지 모른다. 현재 인천시에서는 그가 탈옥한 후 지나갔던 거리를 따라 '청년 김구 역사거리'를 조성한다고 하니 시절이 좋아지면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 나가사키18은행의 인천지점 이었던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의 전경 나가사키 18은행의 인천지점이었던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에서는 그 당시 인천의 근대건물들을 미니어쳐로 만들어서 한번에 둘러볼 수 있게 전시관을 꾸며놓았다.
ⓒ 운민

 
이제 인천 개항박물관을 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서양식 건물로 이동해 본다. 규모는 앞의 건물보다 작지만 건물의 개성과 독특함이 심상치 않다. 현재는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으로 쓰이는 (구) 일본 제18 은행 인천지점이다. 원래 나가사키 상인의 중계 무역을 지원하는 지역은행이지만 군산, 인천 등지에 지점을 세우면서 일본 상인들이 대거 인천으로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해방 직전에는 인천 인구의 일본인 비율이 10퍼센트가 넘었다고 하니 당시 이 거리 일대에는 수많은 일본인들로 붐볐을 것이다. 이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현재도 남아있거나 지금은 소실된 근대 건축들의 모형인데 나중에 방문할 성당과 교회 우체국 등의 미니어처와 지금은 사라진 존스턴 별장이 인상적이었다.     

전시관을 나오게 되면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여독으로 지쳤던 몸을 조금 쉬어갈 수 있게 해 놓았다. 그 벽면에는 각국 조계 지도가 패널로 새겨져 있어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인천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일본에 의해 억지로 개항한 아픈 역사가 남겨져 있는 인천이지만 현재는 우리도 당당한 선진국의 일원으로 송도 국제도시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을 유치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이젠 아픔을 넘어 글로벌한 도시로 인천이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며 은행 거리의 마지막 건물에 도달했다.      
 
▲ 일본 제 58은행의 전경 현재는 인천광역시 요식업 조합건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일본 제 58은행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 운민

 
현재는 인천광역시 요식업조합이 사용하고 있는 (구) 인천 일본제 58 은행의 지점이 있던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 2층에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른 은행과 달리 독특함이 느껴진다. 오사카에 본점을 둔 58 은행은 인천 전환국에서 주조되는 신화폐와 구화폐의 교환을 목적으로 지점이 들어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색적인 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은행들을 위시로 수많은 약탈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련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에 와서 예전 우리의 아픈 역사들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 개항로 일대는 여러 젊은 사람들이 카페 또는 식당을 열면서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 인천을 대표하는 맥주 인천맥주의 전경 개항로 거리의 한켠에는 최근 개항로 맥주로 유명해진 인천맥주가 자리하고 있다.
ⓒ 운민

 
하지만 꼭 추천할 장소 한 곳만 선정하라고 하면 빈티지한 감성이 살아 있는 브루어리 '인천 맥주'를 뽑고 싶다. 예전에 취재를 했던 강화도의 금풍 양조장과 뜻을 함께하는 곳으로, 투박한 인천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개항로 라거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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