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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고 특별했던 목포 게스트하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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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56회 작성일 21-08-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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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일주일 살기' 다섯 번째 이야기

'목포 일주일 살기' 마지막 날(8월 20일)이다. 사정상 목포에서 일주일이 아닌 4박 5일간 머무르게 되었다. 여행을 할 때 누군가에게는 숙소가 매우 중요하다. 목포에서 '학은재'와 '피카소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했다. 두 군데 모두 특별한 곳이라 우리가 머물렀던 곳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소중하고 특별했던 게스트하우스 이야기
 
  학은재 전경
ⓒ 심홍석

 
학은재(鶴隱齋)는 '학이 은거하는 서재'라는 뜻을 가진 독채형 한옥 민박이다. '학은재'에 도착하자 주인장이 직접 나와 반겨주었다. 작고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골목 같은 통로가 나온다. 마치 스페인 코르도바에 있는 꽃의 골목을 연상시키는 짧은 통로를 지나면 아담한 한옥이 나타난다.

주인장은 대문을 열고 잠그는 방법부터 집 내부의 시설 및 각종 기기의 사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주셨다. 특히 맛집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집은 개량 한옥의 모습이었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달동네의 우리 집이 스쳐 지나갔다. 잊고 지냈던 내 유년 시절의 기억. 아주 작은 마당이 있었고, 한 켠에는 장독을 두는 곳도 있었다. 방 2칸에 마루, 다락방이 있었던 우리 집이 기억났다.

마당에는 화분에 심은 꽃과 나무들로 가득하다. 봄이 오면 더욱 화사하고 보기에 좋다고 주인장이 이야기했다. 작은 마당에는 잔디가 잘 자라고 있었고,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평안했다. 피부에 닿는 햇살도 따스했고, 불어 오는 바람은 마음을 안정시켰다. 비 온 후 작은 옥상에 올라가 본 하늘의 무지개는 내 근심을 지워버렸다.
  학은재 거실, '목포 일주일 살기'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 심홍석

 
집 내부는 서까래가 드러나 있어 개방감을 주었고 시야가 트여 시원했다. 벽면에 걸린 동양화 작품들은 한옥의 느낌을 더욱 살려 주었다. 거실의 긴 나무 모양의 탁자가 운치가 있다. 방에는 세한도 복제본이 걸려 있었다. 시리도록 추운 한겨울, 황량한 벌판에 고고히 서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그림 앞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아내와 나는 탁자에 앉아 차를 마셨다.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셨다. 창밖 마당과 화분의 식물들을 보며 마음의 여유와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 또 나는 모든 잡념을 떨치고 목포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곳에 은거하여 조용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주인장은 우리가 나가는 날, '목포 산책'이라는 책 1권을 내게 선물했다. 주인장은 이미 책 3권을 출판한 작가였다. '목포 산책'은 낭만 항구 목포의 볼거리, 먹거리, 그리고 목포를 빛낸 사람들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목포에 오기 전 목포 여행 안내 책자를 보았다. 그 책에 비하면 이 책은 내용도 자세하고 인문학적 지식도 담고 있어 내게는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피카스게스트하우스내 클림트방
ⓒ 심홍석

 
'피카소게스트하우스'는 작은 미술관이다. 입구에서부터 계단, 통로, 방 안에도 화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피카소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소민경 화가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방은 깨끗하고 청결했다. 방도 비교적 넓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특히 바 테이블이 있어 여행한 일들을 정리하기에 매우 유용했다.

우리 방의 이름은 클림트방이었다. 전면에 배가 크게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었다. 화가는 바닷가에 놓인 배를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화가는 어떤 생각으로 저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벽면에는 2021년에 그린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배 그림과 사뭇 다르다. 기하학적 모양을 형상화하여 표현한 그림이었고 색이 밝아서 좋았다. 그림이 전시된 방에서 그림 같은 꿈을 꾸며 잤다.
 
목포 일주일 살기를 마치며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슬픈 듯 순박한 목포를 사랑했다. 목포는 새침한 척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소년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소년은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목포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런데 목포는 헤어지는 날까지 소년의 사랑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속상한 것도 같았다. 목포는 몸을 돌리더니, 뒷모습만을 소년에게 보여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년은 어쩔 수 없이 목포를 향한 짝사랑만 간직한 채 목포를 떠나야 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소년은 목포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피카스게스트하우스내 클림트방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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