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동명항 에일맥주, 외양간 갤러리… 강원도 감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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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속초 시민의 책장 문우당서림…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 BTS가 ‘엄지 척’
강원 브루어리&인문 여행
속초 크래프트루트에서는 설악산을 파노라마로 바라보며 크래프트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크래프트루트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들. 속초의 명소들을 이름에 넣었다.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우당서림. 실내 곳곳마다 책 향기가 느껴진다.
문우당의 방명록인 ‘당신의 소리’.
문우당서림은 창업주 이민호 부부와 아들, 딸이 운영하고 있다.
‘속초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상도문돌담마을에 조성된 첫 번째 문화거점공간인 ‘문화공간 돌담’. 원래 마을의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했다.
상도문돌담마을의 ‘보고픈 집’ 돌담에는 주인 김정배씨가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48년 전 지어진 소 외양간이 갤러리로 바뀌었다. ‘갤러리 소집’은 지역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BTS가 다녀가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와 화이트 와인 같은 막걸리를 맛 볼 수 있다.
바이 현의 맥주는 강릉에서 나는 과일과 식물에서 분리·추출한 효모를 사용한다.
강원 브루어리&인문 여행
속초 크래프트루트에서는 설악산을 파노라마로 바라보며 크래프트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속초와 강릉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해안의 여행지다. 여름엔 바캉스 명소로, 겨울엔 쓸쓸한 겨울바다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그렇다고 이곳에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다. 그리고 맥주와 막걸리도 있다.
한국관광개발연구원에서는 전국의 10개 권역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2권역인 속초와 강릉, 정선, 평창을 묶은 ‘강원 LOcal-vaCation 브루어리&인문 여행’을 직접 다녀왔다. 원래는 4박5일의 장기숙박상품이지만 이번 여행은 백미만 추려 1박2일로 둘러봤다.
크래프트루트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들. 속초의 명소들을 이름에 넣었다.
첫째 날 속초
크래프트루트
요즘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수제맥주)가 인기다. 술집이고, 편의점이고, 마트고 어딜 가나 독특한 이름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라벨을 붙인 크래프트 비어를 볼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업체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맥주를 말한다. 대기업 브랜드 맥주의 ‘싱거운’ 맛에 지겨워진 소비자들이 전국의 크래프트 맥주 탐험에 나선 것이다.
속초의 크래프트루트CRAFTROOT(www.craftroot.co.kr)는 속초가 고향인 김정현 대표가 2017년 세운 수제 맥주 브루어리Brewery(맥주 양조장)다. 동명항 페일에일, 속초 IPA, 청초호 골든에일 등 속초의 명소를 맥주 이름으로 지은 크래프트루트는 올해 초 경사가 났다.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동명항 페일에일’이 수제 맥주 부문 최고상인 ‘Best of 2021’ 상을, 강원도 쌀을 10% 넣은 ‘하이&드라이’는 대상을 받았다.
하기야 2018년부터 대한민국주류대상을 비롯해 세계 3대 맥주 품평회인 호주 세계 맥주 품평회AIBA와 인터내셔널비어컵International Beer Cup 등에서 수상한 경력이 워낙 많아 이 정도는 으레 있는 ‘작은 경사’일지도 모른다.
동명항 페일에일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페일에일 맥주다. 자몽, 오렌지, 라임 향이 난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유러피언 비어스타’ 대회에서 페일에일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열대과일향이 나는 속초 IPA, 상쾌한 파인애플향의 설IPA, 독일 전통 갯배 필스너, 바나나향이 나는 아바이 바이젠 등 하루 종일 맥주에 푹 빠져 보낼 수 있다.
2017년, 30년 된 식당을 개조한 브루어리 건물은 설악산을 앞마당 삼고 있다. 1층의 펍Pub에 앉아 설악산 대청봉과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멋은 알프스의 그것과 비견할 만하다. 속초 오징어 커틀릿과 타코피자 등 맥주에 곁들여 먹을 음식도 다양해 여행 첫날부터 술에 취하기 좋다.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우당서림. 실내 곳곳마다 책 향기가 느껴진다.
문우당서림
문득 책 냄새를 맡고 싶을 때가 있다. 쿰쿰하면서도 구수하고, 동시에 머릿속 추억을 끄집어내는 그 종이 냄새……. 맥주 한 잔에 나름 문학소년이었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종이 냄새를 맡아보고자 문우당서림文友堂書林(moonwoodang.com)으로 향했다.
속초 토박이 서점인 문우당서림은 1984년 5평 남짓한 서점으로 시작해 37년 역사를 자랑한다. 속초 시민 8만 명 중 3만 명이 이 서점의 회원이라고 하니 그 오랜 시간을 함께한 속초 시민의 책장이나 다름없다.
문우당의 방명록인 ‘당신의 소리’.
2002년 새로 지은 2층짜리 건물에서 부모님과 아들, 딸이 역사와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서점에 들어서면 공간 활용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히 ‘책의 숲書林’이라고 할 만하다. 이 공간은 창업주 이민호 대표의 딸인 이해인 디렉터가 꾸몄다. 서울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서점의 일을 조금씩 돕다가 2018년 공간리뉴얼을 하면서 아예 속초로 돌아왔다.
문우당서림은 창업주 이민호 부부와 아들, 딸이 운영하고 있다.
그녀가 꾸민 공간은 여백이 많아 보이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날 곳이 없다. 자신이 읽었던 좋은 글귀를 적어 벽지처럼 붙였고, 서가에 놓인 책 한 권 한 권마다 메모지에 리뷰를 적어 두었다. 천장 조명을 은은하게 하기 위해 커튼처럼 설치한 종이에도 책 글귀가 적혀 있다.
문제집이나 수험서만 서둘러 골라 계산하고 나가는 삭막한 공간이 아닌, 누구나 와서 여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문우당’이란 이름처럼 책文과 사람友이 함께하는 공간堂을 추구한다.
‘속초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상도문돌담마을에 조성된 첫 번째 문화거점공간인 ‘문화공간 돌담’. 원래 마을의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했다.
상도문돌담마을
돌담이 있는 마을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상도문돌담마을은 설악산을 가까이 둔 500년 역사의 마을이다. 2019년 3월, ‘상도문일리 전통한옥마을’이란 이름을 지금의 돌담마을로 바꾸었다.
사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로선 특별할 것이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평범한 풍경을 본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이 돌담마을은 특별하다.
학무정鶴舞亭에서부터 마을 구경을 시작한다. 이 정자는 속초의 유학자였던 매곡 오윤환(1872~1946)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1934년에 지은 것이다. 선생은 이곳에서 시를 쓰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과거 정자 주변으로 두 갈래의 쌍천이 흘렀으나 홍수가 나 물길이 바뀌었다고 한다. 선생은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과 송시열의 ‘화양구곡華陽九曲’을 본떠 쌍천 주변의 아홉 명소에 이름을 붙이고 ‘구곡가九曲歌’를 지었다. 이 구곡 중 2곡이 학무정이다.
상도문돌담마을의 ‘보고픈 집’ 돌담에는 주인 김정배씨가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학무정을 지나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라는 숲을 걷는다. 특별히 말할 것도 없다. 일부러 무엇을 보려 하지 않아도, 느끼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걸으며 깊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을 골목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다. 돌담에 손을 얹고 그 속삭임을 듣는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모여 ‘오징어 게임’을 즐기던 그 골목 그대로다. 도중에 만나는 ‘보고픈 집’은 2020년 한 TV프로그램에 등장해 속초 ‘핫플’이 되었다. 소주병으로 벽을 세운 작은 공간과 버려진 공중전화기, 집주인 김정배씨가 직접 만든 물레방아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48년 전 지어진 소 외양간이 갤러리로 바뀌었다. ‘갤러리 소집’은 지역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둘째 날 강릉
갤러리 소집
의외의 공간에서 특별한 장소를 발견하는 것은 여행의 기쁨 중 하나이다. 강릉의 시골 마을 한켠, 평범했던 공간에서 지금은 가장 특별한 갤러리가 된 ‘갤러리 소집’을 발견했다.
원래 이 건물은 소 외양간이었다. 서울에서 방송작가를 하던 고기은 대표는 고향인 강릉에서 문화콘텐츠 활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귀향했다. 그리곤 사진작가인 아버지 고종환 작가와 함께 갤러리 공간을 찾아 다녔고,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강릉항 인근, 남대천과 섬석천 사이 병산동 작은 마을에 비어 있던 외양간이었다.
3개월의 공사 끝에 48년 전 지어진 외양간은 세련된 갤러리로 재탄생되었다. 이곳에선 강릉 안반데기, 주문진항, 사천해변의 풍경을 담은 고종환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각종 전시회를 연다. 지역 작가와의 북토크, 로컬 여행, 음악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진행된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신인 작가나 활동 기회가 적은 예술가 위주로 공간을 내주고 있어 이곳을 찾으면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내부를 잘 살펴보면 공간 가운데를 관통하는 7개의 나무기둥과 전시작품처럼 걸어둔 소코뚜레 등 옛 외양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옆 한옥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데, 어느 곳이나 고풍스러운 멋과 아기자기한 맛이 공존해 인스타그램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BTS가 다녀가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와 화이트 와인 같은 막걸리를 맛 볼 수 있다.
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
맥주로 시작한 여행이니 맥주로 끝내야겠다. 속초에 크래프트루트가 있다면 강릉엔 ‘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이 있다. 2017년 문을 연 이곳은 BTS방탄소년단가 다녀간 뒤 해외에서도 팬들이 올 만큼 최근 강릉에서 가장 ‘핫’한 브루어리다.
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은 여느 번화가에 있는 주점과 달리 한적한 주택가 한켠에 위치해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오른쪽 통유리를 통해 맥주가 익어가고 있는 여러 개의 스테인리스스틸 발효조를 볼 수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곳에선 맥주와 막걸리를 함께 빚는다는 것이다. 김상현 대표가 전통주와 맥주 등 발효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술 고수’인 만큼 빚어내는 술도 독특하다. 이곳에선 과일이나 식물에서 효모를 분리해 사용한다. 대관령 필스라거는 강릉에서 난 배에서 효모를 분리 추출한다. 또한 호랑이와 곶감 팜하우스 에일은 곶감에서, 하트하트 페일에일과 오명월 팜하우스 에일은 솔잎과 곶감, 배에서 효모를 분리·배양해서 사용한다.
바이 현의 맥주는 강릉에서 나는 과일과 식물에서 분리·추출한 효모를 사용한다.
강릉 오륜미에 사과에서 추출한 효모로 빚은 ‘강릉막걸리’는 이제까지 마셔온 막걸리를 생각한다면 충격적일 수도 있다. 화이트 와인처럼 신맛이 강하게 돈다. 메뉴판의 소개 글을 보면 ‘스파클링 라이스 와인’이라 소개하고 있다.
후문으로, 2021년 윈터패키지 촬영을 위해 올해 초 이곳을 방문해 크래프트 맥주 만들기 체험을 한 BTS 멤버 지민, 슈가, 정국은 김 대표의 맥주와 피자에 푹 빠져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약 4시간 동안 머물다 갔다고 한다.
수도권의 편의점,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여타 수제 맥주와 달리 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의 맥주는 강릉에서만 판매한다. 술 빚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맥주 체험은 5만 원, 막걸리는 3만 원이다. 브루어리 방문객에 한해 택배 구매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강원 LOcal-vaCATION’
‘강원 LOcal-vaCATION’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시행하는 테마여행 10선 중 하나로, 강원도의 대표적 고장인 정선(삼탄아트마인, 마을호텔18번가, 들꽃사진관, 아리랑브루어리), 평창(봉평허브나라농원, 정강원, 월정사), 속초(문우당, 크래프트루트, 상도문돌담마을, 영랑호), 강릉(강릉 브루어리 바이 현, 강문해변 솔숲, 명주동마을, 갤러리 소집)을 4박5일 일정으로 둘러볼 수 있다.
평창 진부역에서 오전 10시 30분에 모여 여행을 시작한다. 예약은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홈페이지 www.ktourtop10.kr, 가격 1인당 46만9,000원. 문의 감자여행 033-635-3441.
출처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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