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한때 경쟁률 239대 1, 고군산군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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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앞바다, 63개 섬으로 이뤄진 고군산군도는 자동차 여행에 제격이다. 방조제와 다리로 주요 섬이 연결돼 있어서다. 사진은 2016년 7월 개통한 고군산대교. 무녀도와 신시도를 잇는 다리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위세 때문에 사람 몰리는 곳이 점점 더 부담스러워진다. 늦겨울, 차를 몰고 전북 군산 앞바다에 있는 섬을 찾아간 건 그래서다. 63개 섬으로 이뤄진 고군산군도는 자동차 여행에 제격이다. 주요 섬이 방조제와 다리로 연결돼 있어서 자동차로 손쉽게 이동해서 바다를 원 없이 보고 올 수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을 여행하는 법을 소개한다.
먼저 궁금한 거 하나. 16개 유인도, 47개 무인도가 올망졸망 모여 있으니 군도(群島)인 건 알겠다. 한데 왜 ‘고군산’일까. 알고 보니 선유도의 옛 이름이 ‘군산도’였다. 조선 세종 때 군산도에 있던 수군 부대가 당시 옥구군 진포, 그러니까 지금의 군산항 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름까지 가져갔다. 그래서 선유도를 비롯한 군도를 고(古)군산이라 부른다. 여러 섬 가운데 선유도가 여행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건 빼어난 풍광과 이런 역사까지 가졌기 때문이다.
9일 아침, 내비게이션에 ‘선유도해수욕장’을 입력하고 서울에서 출발했다. 3시간 만에 군산 비응항을 지나 새만금방조제에 올라탔다. 양옆으로 바다를 끼고 달리다가 창문을 조금 열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시원한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를 지나 선유도에 닿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 7년 만에 찾은 선유도는 놀랍게 달라져 있었다. 도로도 넓어졌고 식당, 숙소가 해수욕장 주변에 가득 들어찼다. 집라인 체험장까지 생겼다. 섬이 너무 멀끔해져 당황스러웠지만 바다는 그대로였다. 명사십리 해변은 예나 지금이나 금빛으로 반짝였다.
박수진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도보여행 코스를 중심으로 섬을 둘러봤다. ‘군산 구불길 8길’을 따라 걸으면 선유도의 명소뿐 아니라 이웃한 장자도와 대장도, 무녀도까지 섭렵할 수 있다. 굳이 코스를 전부 걷진 않더라도 대장봉(141m)은 올라가 보길 권한다. 기묘한 형상의 ‘할매바위’를 보고 군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서다. 왕복 1시간 걸린다.
구불 8길 A코스는 선유 2·3구와 장자도, 대장도를 걷고, B 코스는 선유 1구와 무녀도를 걷는다. 선유 1구 쪽이 한산해서 좋았다. 1구 쪽에는 옥돌해변이 있다. 여느 몽돌해변과 달리 자갈이 호떡처럼 납작했다. 돌 생김새가 독특해서일까. 바닷물이 자갈을 훑는 소리가 유난히 청량했다. 박수진 해설사는 "옥돌해변만 구경하지 말고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산책로를 꼭 걸어보라"고 말했다. 바다 쪽으로 툭 튀어 나온 작은 곶(串)에 데크 길이 있었다. 바닷바람 쐬며 바위 구경도 하며 산책로 한 바퀴 걸으니 딱 20분 걸렸다.
요즘은 선유도에서 다른 섬으로 관광객이 분산되는 추세다. 아무래도 개발의 손길이 덜 닿은, 섬 고유의 멋이 그립기 때문일 테다. 선유도와 선유대교로 연결된 무녀도가 그렇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캠핑장과 갯벌체험장을 찾는 사람이 특히 많다.
무녀 2구 쪽에는 간조 때 걸어서 넘나들 수 있는 쥐똥 섬이 있다. 해변에서 약 150m 떨어진 섬이다. 9일 오후 2시 40분. 인터넷에서 물때를 보고 찾아갔다. 약속이나 한 듯 바다가 쫙 갈라졌다. 섬 주민들은 바쁘게 굴을 캤고, 여행객은 신기하다는 듯이 드러난 갯벌을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쥐똥 섬을 바라보는 해변에는 ‘무녀2구마을버스’라는 이색 카페가 있다. 미국에서 가져온 스쿨버스와 이층 버스를 활용한 카페다. 한쪽에는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벽화가 있어서 인증사진 명소로 통한다. 그래피티 화가가 BTS의 군산 방문을 바라며 곳곳에 그려 놓은 거란다.
무녀도와 고군산대교로 연결된 신시도는 최근 1년 새 인터넷 검색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3월 신시도자연휴양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개장 당시부터 하늘의 별 따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방 잡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4월 가장 인기였던 ‘견우직녀달’ 객실의 예약 경쟁률은 무려 239 대 1을 기록했다. 아파트 청약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이다.
직접 찾아가 보니 인기를 수긍할 수 있었다. 해변 언덕에 자리한 56개 객실 모두 호화 리조트가 부럽지 않은 '오션 뷰'를 자랑했다. 동백꽃이 피기 시작한 산책로도 근사했다. 숲 속에 콕 박힌 여느 휴양림과 달리 탁 트인 풍광이 일품이었다. '태양 전망대'에 서니 무녀도, 선유도, 대장도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신시도 자연휴양림은 ‘최대’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 휴양림 중 최대 규모(120만㎡)이고, 객실도 56개로 가장 많다. 조성비도 많이 들었다. 군산이 산업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휴양림 조성비의 2배 이상인 230억원을 썼다. 그런데도 하룻밤 이용료가 3만9000원(비수기 평일 4인실)이니 인기일 수밖에.
고군산군도의 모든 섬이 다리로 연결된 건 아니다. 여전히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는 섬도 많다. 주민은 불편할지라도 옛 모습 그대로인 섬이 있어서 고마운 게 이기적인 여행자의 입장이다. 장자도 선착장에서 배로 20~30분 거리에 예닐곱 개 섬이 줄지어 있다. 유인도는 말도·명도·방축도, 딱 세 개다. 10일 오전 방축도를 찾아갔다. 인구 138명에 불과한데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섬으로 알려졌다.
출발 전, 중요한 여행 팁 하나. 방축도·말도·명도에는 식당은 물론 구멍가게도 없다. 장자도에서 배 타기 전 물과 간식을 꼭 챙겨서 가야 한다. 장자도를 출발한 배는 완행버스처럼 관리도, 말도, 명도를 찍고 방축도에 도착했다. 섬 주민과 여행객 여남은 명이 함께 내렸다. 방축도에 온 걸 환영한다는 문구 외에는 누구도 관광객을 맞아주지 않았다. 검은 개들이 한량처럼 선착장을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트레킹 코스는 어렵지 않다. 섬을 가로지르는 마을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된다. 동백나무가 좌우로 줄지어 선 길을 따라 걷다가 산책 중인 할머니를 만났다. 인사를 건넸더니 반갑다며 놓아줄 생각이 없다. 20년째 '섬살이' 중이라는 그는 "외롭긴 해도 공기가 깨끗해서 살기 좋다"더니 시시콜콜 마을 이야기, 자식 이야기를 풀었다. 마을 길, 숲길을 걸어보니 할머니 말대로 맑은 공기가 폐부까지 스몄다.
방축도 서쪽 끄트머리에 다다르니 바다에 솟아 있는 독립문 바위가 보였다. 파도가 조각한 아치 모양 바위였다. 고군산군도는 국가지질공원 후보지에 올라 있다. 방축도 이웃 섬에도 희한한 모양의 바위들이 지질 명소 등재를 기다리는 중이다. 군산시는 방축도부터 말도까지 다섯 개 섬을 다리로 잇고 있다. 현재는 방축도와 광대도만 출렁다리로 연결된 상태다다.
광대도까지 건너갔다가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 장자도 가는 카페리에 올라탔다. 명도, 말도를 스쳐 지나며 책을 펼쳐놓은 듯한 책바위, 시루떡을 구긴 것 같은 습곡을 구경했다. 내년에 다리가 완공되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발로 섬을 넘나들며 멋진 바위를 보기 위해 말이다.
출처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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