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준 선물 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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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지인들과 원전 벌바위 둘레길을 걸은 후 배를 타고 실리도로 건너가서 섬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일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모처럼 산길을 걷고 시원한 바다 풍경에 젖어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몹시 설렜다.
지난 25일 오전 8시 40분께 원전마을(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공영주차장에 도착해 원전고개 방향으로 출발했다. 원전 삼거리의 한진마트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계속 걸어가자 어느새 벌바위 둘레길 입구에 이르렀다.
전날에 비가 내려 축축한 숲길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비껴들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 가는 것이 아쉬운 듯 요란스레 울어 대는 매미 소리에 섞여 은은한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10분 정도 걸었을까, 천둥산과 벌바위 갈림길이 나왔다.
▲ 원전 벌바위로 가는 길에서. |
ⓒ 김연옥 |
이곳서 0.2km 거리인 벌바위 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왜 벌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좀은 황당하기도 하면서 꽤나 재미있다.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열리던 날에 벌 한 마리가 이 바위에 앉을 자리만 남겨지고 온 마을이 물에 잠겼다는 사연이다.
벌바위에 서니 나중에 둘레길을 걸을 실리도를 비롯해 불모산, 시루봉, 천자봉, 가덕도, 거가대교 등 진해만의 경관을 한눈에 즐길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 정자 전망대에서 쉬었다. 마음도 몸도 쉬어 가며 느릿느릿 걷는 가벼운 트레킹이다.
▲ 창원 원전항. |
ⓒ 김연옥 |
천둥산(184m) 정상에 오른 시간은 9시 40분께. 정상 표지석도 없고 조망도 없어 곧장 하산하게 되었는데, 300m나마 더 걷고 싶어 장거리 코스를 택했다. 호젓한 오솔길 같은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졌다. 도심의 강렬한 여름과 달리 숲이 주는 시원함이 물씬 느껴졌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원전항에 가까워지면서 눈앞에 실리도가 성큼 다가왔다. 3km에 이르는 벌바위 둘레길을 뒤로하고 실리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서둘러 갔다. 10시 20분에 출항하는 실리호를 탔다. 원전항에서 5분 거리로 편도 대인 뱃삯이 2천원이다.
창원의 끝자락, 실리도로 꿈꾸듯 배를 타고 떠나다
▲ 평화로이 노니는 괭이갈매기들의 모습에 내 마음도 행복했다. |
ⓒ 김연옥 |
짧은 뱃길이긴 해도 내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림 같은 바다 풍경에는 평화로이 노니는 괭이갈매기들이 톡톡히 한몫을 했다. 뭍에만 살아서 그런지 배를 타고 섬으로 떠나는 것 자체가 늘 아름다운 낭만으로 와 닿는다. 섬사람들은 팔자 늘어진 소리 한다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창원의 끝자락, 실리도는 작은 섬이다. 현재 42가구가 살고 있다 한다. 옛날 어떤 노부부가 10년이란 세월 동안 나무를 심고 가꾼 보람으로 과실나무가 무성해져서 실리도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제2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바다 풍경. |
ⓒ 김연옥 |
▲ 자그마한 초애섬 경치에 매료되었다. |
ⓒ 김연옥 |
작은 어항에 늘어서 있는 배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둘레길 표지판 따라 310m 정도 걸어가니 제1전망대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나왔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가덕도 연대봉, 거제 대봉산과 대금산 등이 눈앞에 펼쳐졌다.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인 제2전망대에 가서는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한참 동안 쉬었다. 제 3전망대는 칡넝쿨을 헤치고 올라가야 해서 다소 불편했다. 해안도로로 내려가서 도선장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실리도 앞에 위치한 초애섬의 경치에 매료되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원전항으로 나가는 배가 오후 12시 35분에 있어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실리도를 눈에 꼭꼭 담고 싶어 정박 중인 실리호에 혼자 앉았다. 그리고 실리도항의 고요한 분위기에 한껏 젖었다.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보며 선물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출처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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