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관광 꿈꾸는 제주, 유럽 럭셔리 크루즈 모항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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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시간2022-08-28 10:00
영국 마렐라 크루즈 선사 제주와 부산·여수, 일본 놓고 저울질
선사 측 "제주, 공항 가깝고 관광 접근성 훌륭…안전하고 친절"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가 양적 관광에 치우쳤다는 오명을 벗고 유럽 관광객이 찾는 럭셔리 크루즈 관광의 모항(母港)이 될지 주목된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알렉스 다운스 마렐라 크루즈 해양·항만 운영 책임자가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8.28
영국 럭셔리 크루즈 관광 시장을 이끄는 마렐라 크루즈(Marella Cruise) 선사가 제주를 모항으로 하는 동북아 크루즈 관광 상품 개발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모항은 크루즈선이 중간에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출발지로서 승객들이 타는 항구 역할을 하는 중심지를 말한다.
제9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찾은 알렉스 다운스 마렐라 크루즈 해양·항만 운영 책임자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설명했다.
마렐라 크루즈는 독일 튜이(TUI) 그룹이 소유한 럭셔리 크루즈 선사다.
현재 마렐라 크루즈는 2023∼2024년 싱가포르를 모항으로 하는 동남아 크루즈 시장 진출을 확정하고, 내년 12월 영국의 겨울 휴가 시즌에 디스커버리2호(6.9만t, 정원 1천800명)를 본격 취항할 예정이다.
마렐라 크루즈는 항공기와 크루즈선을 함께 소유하고 있어 '플라이 앤 크루즈'(Fly and Cruise) 상품을 만드는 선사다. 영국이 주요 시장인 만큼 주요 고객은 대부분 영국인이다.
플라이 앤 크루즈는 전세기 또는 일반 항공기로 모항지에 도착한 관광객이 크루즈로 갈아탄 뒤 모항을 중심으로 주변 각국을 여행하는 크루즈 관광상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싱가포르를 모항으로 하는 동남아 크루즈 시장을 개척한 모렐라 크루즈는 이제 동북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렐라 크루즈는 겨울철 동남아 크루즈 시즌을 마무리한 뒤 크루즈를 동북아로 보내 2025년 봄철 아시아 관광 상품을 이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크루즈 선사들은 보통 2∼3년 전에 미리 관광 상품을 계획해 확정한 뒤 본격적인 모객활동에 들어간다.
마렐라 크루즈는 현재 한국의 제주, 부산, 여수 그리고 일본 등을 두고 어디를 모항지로 둘지 살펴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제주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알렉스 다운스 운영 책임자는 앞서 지난 22∼23일 이틀간 제주지역 크루즈 관광 관계자들과 함께 제주도의 북쪽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항과 그 주변 관광지를, 남쪽 서귀포시에 위치한 강정항과 그 주변 관광지를 각각 둘러봤다.
그는 "우리 크루즈의 50% 넘는 주요 고객은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이다. 이들을 위한 무장애 친화 관광지가 제주에 많다는 소개를 들었다"며 "(제주는) 평지가 많고 다양한 관광코스를 갖춰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를 기항으로 한다면 제주항이든 강정항이든 상관없겠지만 모항으로 할 경우 제주항이 제일 좋다"며 "공항과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상 이점과 관광지 접근 용이성이 아주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 22일 영국 마렐라 크루즈(Marella Cruise) 선사 관계자들이 크루즈가 제주항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2022.8.28 [제주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제주지역의 안전과 주민들의 친절함을 강조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제주에 왔는데 아내가 커피숍에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주인이 문을 잠그고 뛰어와 휴대전화를 돌려주고 갔다"며 "이처럼 안전하고 친절한 여행지라면 우리 크루즈 고객도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가 유럽 크루즈 관광 상품의 모항이 된다면,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관광시즌 동안 2주일에 한 차례씩 수많은 유럽 관광객이 전세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 7일간 제주를 중심으로 일본, 대만 등지로 크루즈 관광을 떠나게 된다.
게다가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제주 크루즈 관광산업을 유럽으로 다변화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관광의 고질적 문제였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를 비롯한 부산과 여수 등 한국이 마렐라 크루즈 선사를 유치하는 데 있어 최대 관건은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인센티브와 방역 문제다.
알렉스 다운스 운영 책임자는 "마렐라 크루즈의 모항이 한국이 될지, 일본이 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인센티브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크루즈도 하나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윤이 남는 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선사 입장에서 모항, 기항을 선택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곳, 경제적 이점이 있는 곳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 "관광객 대상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있는 곳은 선사 입장에서 어디든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음성 확인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광·여행업계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마렐라 크루즈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모항과 기항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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