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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의 명산] 새해, 상서로운 아침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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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70회 작성일 23-01-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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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의 흑백사진 풍경이다. 그림자 못 영지에는 물안개 자욱하다. 불국사 가는 길 올라서 왼쪽으로 경주시 진현동 호텔 옆길 마동 탑마을인데 행사를 하는지 식당가 주차장에 차들이 몰려 있고, 오른쪽 개울에는 졸졸졸 물소리, 마을의 집마다 엄나무 이파리 아직 푸르게 매달렸다. 밭에 배추가 그대로 있는 것 보니 가을 날씨다. 소설小雪 지나 겨울인데도 며칠 전 동해안에 하루 동안 100mm 넘게, 국지적으로 많은 곳 258mm 물 폭탄이 쏟아졌다.

토함산은 해발 745m 경주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해맞이 산행지다. 경주 동쪽에 있어 동악東岳, 세계문화유산 석굴암, 석가탑·다보탑의 불국사가 있는 불교 성지 불국佛國이다. 들머리 탑골에서 시계방향으로 토함산 정상, 석굴암, 불국사를 거쳐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데 4시간쯤 걸린다.

부드럽고 완만한 오솔길

마동 석탑 너머 산세가 선명하면서 신령스럽다. 아침햇살에 비친 토함산은 기막힌 풍경이다. 감나무에 까치밥이 달렸고 장미꽃, 만수국으로 불리는 마리골드, 추상고절秋霜高絶은 역시 국화다. 집을 짓는 것인지 지난날 왔던 산길을 왼쪽으로 돌려놨다. 15분 걸어서 이정표, 안내 현수막 붙여놨는데 본격적인 등산로 토함산까지 2.8km 거리다.

아침햇살은 오른쪽에서 비추니 나무마다 모조리 왼쪽으로 길게 누웠다. 아침과 저녁 무렵의 그림자는 확실히 마술사다. 탑골로 오르는 토함산 길, 처음부터 부드럽고 완만한 오솔길 참나무 낙엽이 수북 덮인 흙길이다. 이따금 까마귀 깍깍 소리를 낸다.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오르막길 감태나무 잎은 떨어지지 못해 그대로 달려 있고, 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섰다. 발밑으로 아직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좀작살나무는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자주색 열매만 남았다. 오전 9시20분 전나무지대 국립공원 이정표(토함산 2.3·탑골 0.5km), 참나무류 활엽수는 잎이 다 졌고 상록수 전나무만 제철을 만나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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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로 오르는 숲길.

이 산의 전나무 나이는 얼추 열 살에서 쉰 살까지, 희망차게 살라며 가지를 위로 쳐들었다. 전나무는 희망의 상징. 활엽수 잎은 지고 상록수 기세는 푸르다. 묵은 일 떨치고 새해 새날 신바람 나는 일상을 기원한다.

곳곳에 지난 여름 태풍 '힌남노' 피해 흔적이 남아있다. 짙푸른 고사리, 마사토·사양토 경사 지대에 나무계단, 식생 마대 등으로 복구를 했다. 토함산 정상은 아직 1.8km 남았는데 길옆에 대여섯 여성들이 쉬고 있다. 전나무 군락지는 거의 끝난 것인지 잣나무 지대에 닿는다.

발밑에 쌓인 낙엽 밟히는 소리, 이마에 귀밑으로 땀이 흘러내린다. 당단풍·굴참·쥐똥·회잎·잣·소나무와 낙엽 속에 푸른 맥문동, 청미래덩굴. 회잎나무 빨갛게 물든 이파리가 매혹적이다. 회잎나무는 화살나무와 다르게 날개가 없다. 5분 더 올라 경사가 급한 오르막 구간(토함산 1.3·탑골 1.5km)에 밧줄을 새롭게 쳐놨지만 연약한 나무에 굵은 밧줄을 매 놨다. 안쓰러운 어린 나무가 버텨낼 재간이 있을는지? 시간이 지나면 고통받다 죽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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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 석탑과 토함산.

송무백열松茂栢悅 잣나무

9시50분 잣나무군락지, 햇빛이 적게 드는 곳을 좋아하는 음수陰樹인데 소나무가 햇빛을 가려주면 살아가기 훨씬 편하다. 송무백열松茂栢悅, 무성한 소나무에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것. 잣나무는 언제나 어느 자리에 있든 불평하지 않는다. 영하 수십°C 혹독한 겨울에도 강인한 상록수다. 추위에 줄기가 붉어 홍송紅松, 이파리가 다섯, 소나무는 두 개. 씨앗에 날개가 있는 소나무에 비해 잣을 먹는 까치 등이 퍼트려준다. 까치 작鵲, 작나무, 잣나무가 됐다. 다람쥐는 참나무의 번식을 도와준다.

신갈·서어·산벚·때죽·잣나무 지나 새로 만든 목재 데크 구간(토함산 0.8·탑골 2km). 왼쪽으로 멧돼지 소행인지 무덤을 들쑤셔 놨다. 10분 지나 능선 길 안부鞍部인데 나무의자 쉼터(탑골 2.3·토함산 0.3·석굴암주차장 1.9·보불로삼거리 6.5·시부거리 3.7km)에 앉아 물 한 잔. 지금부터 오르막 능선길이다. 잠시 뒤로 보이는 덕동호, 보문단지. 철쭉·개서어·신갈나무지대, 아침 해를 안고 오른다. 낙엽 속에 맥문동 새파란 이파리가 흡사 난초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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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주변의 파노라마.

달을 먹은 산, 해를 먹은 산

그늘진 길에 물이 나오는지 서리 기둥 상주霜柱를 바라보다 어느덧 10시25분 산불감시초소, 곧장 토함산 정상 745m(석굴암주차장 1.4·불국사 3.6·탑골 2.8·시부거리 4.2·보불로삼거리 7km) 경주의 최고봉이다. 왼쪽부터 괘릉, 영지, 불국사역, 대재지, 고위봉과 아래 마석산, 금오봉, 그 아래 통일전, 멀리 단석산, 선도산, 옥녀봉, 구미산……. 무덤에 물이 괴어 널을 걸어 묻었대서 괘릉,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이 담긴 영지, 수운 최재우 용담정의 구미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있다. 경주는 전설·역사·문화가 널려진 야외 박물관이다. 한때 불국사역 근처 '역마살' 주점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지금도 잘 있는지? 인신사해寅申巳亥 띠들은 역마살이 세다.

오른쪽으로 남산, 왼쪽 함월산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추령을 사이에 두고 달을 먹은 함월산含月山, 해를 먹고 토하는 토함산이 마주하고 있다.

"달과 해가 서로 보고 있으니 여자(음陰)는 달, 남자(양陽)는 해. 남녀 같이 올라야 정기를 받을 수 있다."

토함산이 동악東岳인 것은 나무에木 해日 걸린 형상이라 동東. 해 뜨는 산이다. 바로 아래 석굴암 불상에 비치는 일출은 잘 알려져 있다.

함월산은 중앙아시아 차마고도 산을 닮았다. 그 위로 구름이 흐릿한 쪽빛 동해 영일만이다. 바로 앞에 석탈해왕 사당 터 너머 눈 부신 햇살. 신라 네 번째 임금 석탈해를 토해吐解왕이라 했는데 토함산 이름이 유래된 듯, 동악의 신이다. 해를 먹고 토吐하는 의미도 있으나 안개와 구름이 많다. 종종 "술 마시고 토하러 가는 산"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경주국립공원은 1967년 지리산에 이어 1968년 우리나라 두 번째 지정된 곳이다. 오른쪽 경주 남산, 앞으로 바라보면 방석이나 책상 같은 느낌을 주는 산을 풍수적으로 안산案山, 주작 안산朱雀案山, 남산南山으로 부른다. 서울을 비롯해서 전국의 남산은 대개 이러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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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 희망을 외쳤다.

신라오악新羅五岳

경주 남산은 서방정토 도성都城의 안산으로 금오산金鰲山(468m)과 고위산高位山(494m)을 잇는 크고 작은 봉우리, 서른 개 넘는 골짜기까지 일컫는다. 호국불교의 염원이 깃든 세계문화유산이다. 신라는 남산 외에 오악을 두었는데 토함산이 동악, 계룡산 서악, 지리산이 남악이요 북악은 태백산, 팔공산을 중악이라 했다.

정상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울산·양산에서 온 예닐곱 등산객들, 반갑게 인사하며 내친김에 다같이 표석 앞에 서 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한다. 솔직해서 좋은 분들, 주먹 쥐고 외친다. 새해 희망을 위하여!

10시40분 추령 갈림길(추령 2.8·석굴암주차장 1.1·토함산 0.3km). 신갈나무에 비닐을 감았는데 여기까지 참나무시들음병에 감염됐다. 잠시 성화 채화지, 소나무재선충 유인 트랩이 걸렸고 국립공원은 산림해충에 노출됐다. 석굴암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 영지, 11시에 석굴암. 인산인해다. 경내는 범종 소리, 정상에서 만난 일행들 또 만났다.

여기서 등산길 내려서면 불국사까지 2.2km거리인데 태풍복구 때문에 일시 폐쇄됐다. 석굴암에서 불국사 가는 시내버스는 정오에 있는데 도로를 따라가면 8.2km정도, 11시15분, 하는 수 없이 토함산 1.4km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계단 길 숨 가쁘게 오르다 오른쪽에 감은사지, 문무대왕릉 있는 동해가 선명하다. 왼쪽으로 영지影池, 그림자 못이다.

영지 무영탑 전설

백제 석공 아사달은 다보탑을 다 짓고 석가탑을 만든다. 남편을 그리워하던 아사녀가 불국사까지 찾아왔지만, 탑이 완성되면 그림자가 비칠 것이라는 말에 연못에서 기다리다 지친다. 탑의 환상을 보고 아사달을 부르며 못에 몸을 던진다. 그림자 비춘다 해서 영지라 했지만 석가탑을 무영탑無影塔, 다보탑을 유영탑有影塔이라 했다. 애타게 아내를 그리며 완성하지 못한 영지석불좌상이 있다. 사연을 알고 영지 석불을 보면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남산 위에 저 참나무 비옷을 입은 듯 산길에는 온통 비닐을 친친 감았다. 11시35분 오르막 바쁘게 올라 추령 갈림길(토함산 0.3·석굴암주차장 1.1km)에 서니 땀이 흘러 속옷은 다 젖었다. 헬기장에 도시락 먹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있고 햇살이 눈부시다. 토함산 정상을 두고 능선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10분쯤 지나 다시 목재 데크 구간, 오른쪽 산에 마사토 흘러내린 곳, 석굴암·불국사 등산로까지 폐쇄됐으니 태풍 '힌남노'의 위력을 실감한다. 2022년 9월 포항·경주 지역에서 1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정오 무렵 밧줄을 잡고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몇몇 어린 생강나무 잎은 아직 푸르고 좀작살나무도 붉게 물들어 가는 계절 아쉬워하는 듯. 고사리·조릿대 지나 전나무 숲길을 내려올 때 나무꼭대기 햇살은 수직으로 쏟아진다. 마동 석탑에서 5분가량 걸어 주차장까지 내려온 시간 12시 25분. 오늘 산행 3시간 20분 걸었다. 순두부 식당에는 단체 손님이 많아 시장을 방불케 한다.

차에 오르기 전 떠나기 못내 아쉬워 다시 바라보는 토함산, 신라 천년 이야기들이 저 산자락에 고스란히 묻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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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탑골 주차장(코오롱 호텔 옆) ~ 마동 삼층석탑 ~ 토함산 이정표(무덤) ~ 전나무 숲길 ~ 잣나무 지대 ~ 목재 데크 구간 ~ 갈림길 안부 ~ 토함산 정상 ~ 석굴암주차장 ~ 토함산 정상 ~ 갈림길 안부 ~ 목재 데크 구간 ~ 잣나무·전나무 지대 ~ 마동 삼층석탑 ~ 탑골 주차장

※ 태풍피해로 불국사 2.2km 구간 등산로 폐쇄, 토함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 원점회귀(약 5.2㎞, 3시간 20분 정도).

교통

서울·대구 방면 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경주TG→서라벌대로→산업로→불국로

부산·울산 방면 동해고속도로(울산-포항)→경주TG→서라벌대로→산업로→불국로

※ 경주시 진현동 코오롱 호텔 옆 주차장

※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불국사 노선버스 10번, 11번

(15분 간격 3~40분 정도 소요).

숙식

불국사 주변에 다양한 식당과 숙소가 많다.

주변 볼거리

석굴암, 불국사, 토함산 자연휴양림, 경주 남산, 보문단지, 감은사지, 이견대 등




출처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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