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멍, 밭멍하며 ‘촌캉스’... 농촌관광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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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나비축제-보령 머드축제 등 유명세... 홍보-인프라 구축 등 전략 필요
함평 나비축제는 서울 경기권을 벗어난 지방자치단체 축제 성공사례 중 으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보령 머드축제의 인기와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관심이 다소 분산됐지만, 한때는 너도 나도 함평 나비축제 스타일의 성공을 추구하는 국내 지역별 축제가 1년에 1천 개 가까운 적도 있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함평 나비축제는 직접 경제효과 177억 원, 소득증대효과 30억 원 등 군 단위 지자체 입장에서 볼 때 경제효과가 무척 큰 행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인기는 가능하지 않은 모양이다. 농촌 지자체 축제의 본고장으로 유명했던 함평군도 기존 ‘나비대축제’와 ‘대한민국 국향대전’ 등 한시적 지역축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달리 말해서 지속 가능한 ‘체류형 관광지’로 새롭게 포지셔닝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뜻.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전남 함평군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제9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았다. 함평군에 있는 주포 석양마을이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소득체험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것.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는 ▲소득체험 ▲경관환경 ▲문화복지 ▲농촌지역우수 ▲유휴시설활용 우수 등 총 5개 분야를 사례발표와 주민퍼포먼스로 나눠 평가한 뒤 시상한다. 각 도별 예선에서 1위에 오른 41개 마을 가운데 현장평가를 통과한 25개 마을이 본선에서 경쟁한 결과. 주포 석양마을은 다목적센터, 오토캠핑장 등 관광 편의시설, 체험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실제로 함평군 석양마을 방문객은 연 평균 2만 5천여 명 수준이다. 특산물 판매로도 2억 원 넘는 매출도 올렸다.
최근 10여 년 동안 국내 지자체 축제의 ‘황제(?)’ 지위를 누려온 보령 머드축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7년 통계로만 봐도 축제 생산유발효과는 996억 원, 소득유발효과는 181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430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7억 13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규모 면에서 타 지역축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다. 500~600만 명 방문객 중 특히 외국인이 100만 명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보령 머드축제의 국제적 지명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고무적인 통계수치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역시나 보령머드축제 주최측은 유사 운영 프로그램 반복, 대기시간 증가에 따른 방문객들의 불편 호소, 푸드존 부족 현상, 호응도가 낮은 잡다한 행사 등에 대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지닌 축제에 걸맞게 신규 콘텐츠 대거 도입 검토, 음식부스 특화 메뉴 기획, 전 세계에 브랜드화 할 신규 프로그램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와 보령 머드축제 처럼 국내외 지명도를 지닌 화천산천어축제, 김제지평선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안동탈춤축제 등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다양한 즐길거리, 즉 콘텐츠의 다양화를 꾀하고 더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체류형 관광지로서의 자리매김을 고민하고 있다.◇ “농촌관광 및 축제, 콘텐츠의 다양화 통한 체류형 관광으로 변신 도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연구발표한 자료 중에 2020년 안팎의 우리 국민들의 국내여행 트렌드가 영문 약자 '브릿지(B.R.I.D.G.E.)'로 요약가능하다는 내용이 관심을 끈 바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B(Break the Generation Gap =다세대 가족여행), ▲R(Recreational Activities =레져 여행), I(Influential Contents = SNS 여행콘텐츠,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으로부터 여행이 시작되고, 주요 여행지 및 루트가 결정되기도 하는 분위기), ▲D(Delicious Foods = 맛집 탐방), ▲G(Go Anytime = 연중 여행, 골목‧시장‧거리 등 일상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친숙한 곳으로의 여행과 함께 비수기‧성수기, 주중‧주말 구분없이 여행하는 분위기) , ▲E(East Coast= 강원도 여행,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KTX 경강선,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강원도 관광에 대한 관심 고조 분위기)
이런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가족, 친구 등 소규모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농촌의 고유성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지속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농촌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번 농촌관광 프로그램은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했다.
개발한 농촌관광 프로그램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농작물은 눈으로만 감상하기, 걸으며 쓰레기 줍기(줍깅) 등 지속가능한 농촌관광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환경적인 면에서 농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키울 수 있는 요소들을 적용했다. 또한, 특정 마을만의 정취,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주민과의 교류로 농촌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농촌진흥청은 이 프로그램을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전남 담양 달빛무월마을과 경남 창원 빗돌배기마을 두 곳에서 지역주민들과 협력해 현장 실증했으며,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 담양 달빛무월마을 = 지난 10월 17~18일 이틀간 농촌 감성과 생태, 쉼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촌(村)스럽게 머무는 무월 갬성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연을 활용한 숲멍, 산책, 감 수확 등 활동과 마을 텃밭 채소로 만든 시골밥상을 경험하고, 시골 민박집에 머무르며 주민들과 교류로 농촌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송희두 운영위원장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들도 마을 자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창원 빗돌배기마을 = 11월 4일 농촌문화와 여가 활동, 교류 등으로 구성한 ‘설렘, 농촌에서 만난 좋은 예감’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크로케 게임을 비롯해 감 따기, 토피어리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빗돌배기마을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강창국 운영위원장은 “농촌관광의 새로운 모형이 될 것”이라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많은 사람이 우리 마을을 찾게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참여자 만족도는 4.50점(5점 만점) 이상으로 나타나 농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향상된 효과를 보였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확대될 수 있도록 영농 활용 자료 등을 통해 보급하고 농촌관광 기반 플랫폼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홍석영 과장은 “이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많은 참여자가 ‘농촌다움과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농촌이 가진 다양한 자원의 가치를 발굴하고 공동체 참여와 농촌 지속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 트렌드 ‘B.R.I.D.G.E'에 이은 ’논멍, 밭멍, 촌캉스‘ 트렌드도 주목해야
한편, 지난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코로나19 전후 ‘농촌 관광’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분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외 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농촌관광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파악하고자 진행됐다. 분석결과 도출을 위해 2019년 1월 1일부터 2022년 6월 12일까지 온라인 뉴스,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게재된 3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최근 4년간 농촌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대신 국내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이 늘어나며 농촌 관광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이동 자제, 도시에서 온 관광객으로 인한 농촌 내 감염 확산 우려 등 부정적인 여론의 비율이 높았다. 반면에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는 해외여행 대신 국내 농촌 관광지를 가보고 싶다거나 우리 농촌에서 힐링하고 싶다는 긍정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사적모임 인원제한 해제 등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농촌관광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농촌 관광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체험, 여행’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안전, 치유, 건강’ 등의 심리적 요소가 반영되어 인식이 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변화는 ‘논멍·밭멍(논, 밭을 보면서 멍하니 쉬기)’, ‘캠프닉(캠핑+피크닉)’, ‘촌캉스(농촌+바캉스)’ 등의 신조어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농촌 관광 문화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촌관광 수요와 시장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농촌관광 시장 규모는 2,953억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는 국내 관광 시장 규모의 1.4% 수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관광공사 2016년 자료를 보면 같은해 농촌관광 경험률은 24%에 그치고 있으며, 시간으로 따지면 1.95일 정도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농촌관광의 인식 개선과 관심 유발을 위한 ▲홍보(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SNS등 다양한 홍보 매체를 활용하여 인식을 전환), ▲농촌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교육적ㆍ법제적인 환경 조성), ▲관광안내소 등의 시설적 환경(‘팜핑’과 같은 이색적인 관광 매력물에 대한 연구 필요), ▲농촌관광 지원 대상의 세분화, ▲보여주기 식이 아닌 농촌 관광의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쪼록 농촌관광의 다양성이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도시 소비자들이 농촌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방향과 포인트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농촌과 치유관광을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역시 제정 중인 마당에 이런 흐름을 타고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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