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 호텔리어 그 후...(Be My Guest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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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와 ‘호텔식 서비스’의 공통점은?
바로 한번 배우고 익히면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어릴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넘어지며 배웠던 자전거처럼, 호텔에서 대고객을 접하고 그들의 숱한 컴플레인을 수험료 삼아 체득한 진정한 서비스 마인드는 평생이 지나도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러한 경험적 자산은 호텔이 아닌 다른 서비스 필드에서 활용가능 한 것일까?
호텔에서의 오랜 경력을 뒤로하고 다른 접점에서 대고객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는 전직호텔리어와 그들이 말하는 호텔이라는 토양, 그리고 호텔에서 갖출 수 있었던 경쟁력을 알아본다면 그 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취재 최태욱 기자
호텔리어의 활발한 엑소더스(exodus) 현상
최근 호텔리어들의 타 분야 진출이 활발하다. 관련학과가 늘어나 전공자가 양산되고, 경제적 여건 속에 구조조정이나 감원이 발생하는 등의 외적인 현상도 있지만, 서비스 관련 분야가 갈수록 세분화되어 호텔 내부직원들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잡코디㈜ 헤드헌팅사업본부 김정호 본부장은 “호텔출신 인력들도 타 업종과 마찬가지로 동일 분야로의 이직이 가장 활발하다. 하지만 여행, 레저 및 F&B분야로의 진출도 많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가맹점 형태의 창업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사람들과, 관련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진출하는 전직 호텔리어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기업에서는 호텔업계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마케팅인력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호텔업계에서 B to B형태의 마케팅뿐만 아니라 B to C형태의 마케팅 경험과 더불어 온라인 부문에서도 탄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호텔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특수성의 수요가 사회 각 분야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5년 대학졸업을 앞두고 특급호텔 Sale & Marketing부서로 입사해 10여년간 판촉홍보 부서에서 근무했었다는 ㈜비즈티어 호텔온 고영만 대표는 “현재는 일반여행업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말하면 호텔온라인예약대행업무이다. 가이드 여행이나 단체관광이 아닌, 개별여행상품에 포커스를 맞추고 국내호텔, 레지던스, 콘도, 리조트, 펜션 등과 제휴를 맺어 고객이 원하는 패키지 상품을 구성하여 경제적인 비용으로 독특한 여행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최근 호텔예약 부분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러한 온라인예약대행업의 경우에도 그 시장이 미비했으나 개별 맞춤 여행인 FIT여행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동반 성장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서울 특급호텔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인 F&B나 서비스 컨설팅, 학계나 공기업 쪽은 물론이고, 금융이나 보험, 부동산 쪽에서 일하는 호텔 선배들도 있다. 각종 자영업까지 포함하면 그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호텔업과 타 분야의 업무적 특징의 차이①
“처음 호텔시스템을 가지고 외식업계에 들어왔을 때 호텔에 맞는 몸이 되어 있어 종사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는 소스를 하나 만들어도 뼈를 볶아서, 오븐에 굽고, 일주일을 끓여 일일이 만드는데 반해, 외식쪽에서는 주방의 스케일이나 조리 스케줄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OEM생산을 하거나 기존의 제품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어느 호텔출신 외식업 간부의 말처럼 타 분야로 진출한 호텔리어들은 호텔업에 몸담았던 자신의 관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호텔과 타 분야의 업무적 특징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89년도에 송도비치(현 라마다송도호텔)를 시작으로 스위스그랜드호텔(현 그랜드 힐튼 호텔)
조선호텔 외식사업부 등을 거쳐 현재는 마리스꼬 대학로점의 점장을 맡고 있는 박병일 과장은 “호텔에서는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와 인성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성립되어 있다. 하지만 외식업은 다르다. 외식업으로 진출할 때 호텔에서의 서비스마인드 관점으로만 접근을 한다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면서 “외식업이라는 것은 해당 매장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손익, 원가관리, 코스트 컨트롤, 인테리어, 대외홍보판촉 업무 등에 깊이 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마다올림피아 호텔 조리부에서만 10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MK컨설팅(크라제 인터내셔널)의 김성수 이사도 “호텔과 외부 외식업의 차이는 관여 부분의 차이라고 본다. 외식업 쪽에서는 메뉴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 마케팅측면까지 관여를 해야 한다. 또한 메뉴의 측면에서 보면 호텔은 매우 전문적이고 집중되어 있으며 외식은 깊이 부분이 다소 부족한 대신 포괄적이며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과 타 분야의 업무적 특징의 차이②
비교적 특징이 차이가 명확한 조리부서나 F&B 이외의 분야는 어떨까?
호텔 업무의 가장 큰 특징을 ‘직원들과의 하모니’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랜드 힐튼 호텔과 하얏트 리젠시 인천 호텔의 판촉지배인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현재 미국호텔협회(AHLA) 교육원 세일즈&마케팅 팀장으로 신진 호텔리어양성 교육사업에 몸담고 있는 민정원 팀장은 “다른 업계와 다른 호텔의 업무적 특징으로는 ‘팀웍’을 꼽을 수 있다. 호텔은 여러 부서가 함께 고객만족을 위해 일체가 되어 야만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이다. 고객이 여러 부서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한 부서에서라도 불만족 하였다면 호텔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텔은 호텔내의 모든 부서가 중요하며, 모든 업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 비즈니스 센터, GRO 등 대고객 서비스 및 인사, 교육부, 세일즈 부서 등에서 다양한 호텔 직무를 경험했으며, JW 메리어트 호텔의 홍보실장을 끝으로 호텔을 떠나 현재는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세계적인 명차를 국내 시장에 홍보·마케팅하고 있는 (주) FMK 김지은 팀장도 호텔업에 있어서 ‘팀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오랜 호텔리어 생활 동안 가장 큰 보람이었던 부분은 JW 메리어트 호텔 개관때이다. 개관 준비부터 그랜드 오프닝까지 수없이 밤샘 작업을 하면서도 직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뭉쳤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라고 전하며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창출해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이 24시간, 365일 풀 가동되는 곳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주)비즈티어 호텔온의 고 대표는 “호텔 서비스를 일반적인 서비스와 구분 한다면 고객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있다. 고객이 항상 어떤 걸 요구하기 전에 앞서서 그 불편함 또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쉽게 말하면 ‘말 못하는 영아를 돌보는 마음’과 같다”고 전했다.
지금의 자리 만든 경험의 가치
언급된 사람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전직 호텔리어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호텔에서의 경험은 이들 손에 어떤 ‘무기’를 쥐어준 것일까?
MK컨설팅의 김 이사는 “호텔 내에서 조리 메뉴개발팀을 결성하기도 하는 등 R&D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다. 특히 각 분야에서 최고의 퀄러티를 보이는 호텔내 중식당, 일식당, 제과 등 분야를 돌며 기술을 체득한 것이 나중에 퓨전식의 메뉴를 개발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면서 “전문성을 골고루 배우는 환경은 호텔을 따라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리스꼬의 박 과장도 “이태리, 중식, Banquet, 컨벤션, 뷔페, 휘트니스, 식음료 파트 등을 돌며 익힌 감각이나 안목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동의 하면서 “또한 그런 감각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준 훌륭한 ‘멘토’들이 많아, 프라이드와 안목을 심을 수 있었던것도 호텔생활의 큰 소득”이라고 언급했다.
(주)FMK 김 팀장은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실제로 소유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꿈의 브랜드이다. 이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VIP 마케팅을 하는 것이 핵심인 현재의 업무에서 호텔에서의 VIP 마케팅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니즈 (needs), 그리고 마음을 읽는 부분도 호텔에서의 대 고객 서비스 경험이 없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호텔에서 접했던 다양한 문화와 고객,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관계도 현재의 업무와 계속 연결이 된다”며 자신의 호텔리어 생활을 가치를 전했다.
또한 미국호텔협회(AHLA)의 민 팀장도 “판촉 지배인으로서 다년간 경험을 쌓다보니 호텔 각 부서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부분을 숙지 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인천 에어포트 호텔을 오픈하면서부터 다른 부서의 업무를 유심히 살피고 숙지하였던 것이 현재 호텔리어 교육을 진행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 분야 진출, 계획과 준비 철저해야
하지만 단지 호텔에 적을 두었던 경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잡코디(주)의 김 본부장은 오히려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산업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 되는 사항이 되겠지만, 경력자들이 이직하고자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사항 중 첫째가 ‘얼마나 많은 이직을 하였으며, 또한 자주 이직을 하였는가?’이다. 외국과 달리 국내 채용시장에서는 아직도 이 부분이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직시장의 환경에서 호텔리어의 경우 타 업종에 비해 잦은 턴오버 경험을 지닌 분들이 많기 때문에 타 업종으로의 진출시 어쩔 수 없이 심사요소에서 감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자신의 경력관리를 잘 하고, 선호하는 경력을 갖춘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지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생각되며, 호텔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점에서 보다 신중해 질 필요가 있다”는 김 부사장의 충고는 분명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계획과 준비’에 대한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업계에서 가치를 지니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을 ‘대인관계에 적합한 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꼽고 있다. 다시말해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비즈티어 호텔온의 고 대표는 “호텔업계나 여행업계의 경우,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미국 호텔협회(AHLA)의 민 팀장 역시 “일단 호텔리어의 꿈을 키웠다면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하면서 다른 부서와 유대관계도 쌓고 다른 부서의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숙지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외부 고객 상대가 가장 중요한 업무 특성을 가지는 서비스 업계의 특성상 인맥관리의 기본소양을 없다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잡코디(주)의 김 본부장은 “몸에 배인 친절함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대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진심을 얻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많은 서비스업종의 회사들이 지원자들의 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 하고 있으며,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다양한 평가 Tool을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꿈을 그리고, 그 꿈을 키워가는 것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점점 복잡다변화 되는 사회를 사는 지금, 호텔이라는 ‘서비스 사관학교’의 사관생도 출신 감투만을 가지고 호텔 외부의 사회에 뛰어드는 것은 자칫 ‘무모한 도전’이 될 소지가 있다. 목표와 결과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관련 업종에서 요구하는 소양에 대한 경쟁력을 차근차근히 쌓을 수 있다면 소위 ‘호텔에서 기른 서비스 마인드로 평생을 산다’는 ‘호텔리어 성공신화’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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