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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문화의 익명성과 사회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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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91회 작성일 1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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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광주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2007년 2월 27일자 남도일보 화요세평 기재)

인터넷의 출현과 함께 전자매체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양식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였다. 기업은 전자매체를 이용하여 사람을 통해 전달하는 서비스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전달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없는 다양한 서비스의 이용가능성과 접근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환경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특히 넷 세대(net generation)로 표현되는 청소년들의 의사소통경로를 전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지만, 이러한 환경에 대한 규제가 그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 한 예로서 최근 연예인의 자살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인터넷 상의 ‘악플’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할 때면 종종 ‘리플’을 보게 되는데, 공감이 가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때로는 제3자가 봐도 너무 심하다 싶은 것들도 있다.

최근에 각 대학에서는 학생에 의한 강의평가제가 실시되고 있고, 교·강사들은 본인의 강의에 대한 평가를 접속하여 조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때 감정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당혹스러운 코멘트를 발견할 때도 있다. 어떤 분은 정신건강을 위하여 본인에 대한 강의평가를 아예 조회해보지 않는다고 한다.

일전에 한 동료교수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본인 강의과목 수강생들을 위한 별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강의자료를 고유하고 질의 및 응답을 하면서 학생들과의 ‘net communication’을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학생들의 다분히 아부성 있는 리플 들을 보면서 스스로 본인이야말로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상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터에 어느 날 평가에 불만을 품은 한 학생의 독기 어린 악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아직 미성숙한 학생의 말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그를 위로하면서 익명성의 무서움과 사회화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대일 대면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무서울 만큼 거친 표현들을 인터넷 환경에서는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핵심은 익명성에 있다. 관광자 행동에 있어서도 익명성은 낯선 관광지에서 관광객의 일탈행위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으로 이해되고 있다. 내가 한 일을 남이 모른다는 익명성은 인간을 즉각적인 자신의 욕구만을 쫓는 본능적 인간으로 퇴보시키고, 나를 인지하고 있는 귀속된 사회에서 할 수 없었던 언행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도 태어났을 때는 다른 동물들처럼 본능적이었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화되면서 사회적 요구와 교육에 의해 자신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의학자 융(Jung)은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지는 일종의 공적인 얼굴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인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상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식의 위선이나 가식이 없는 것이 진실한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문명화된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날 생선은 신선하지만 비릿하기 때문에 양념을 하고 조리하여 보다 좋은 맛을 내는 것이다. 철이 들고 사회화된다는 것은 때로는 가식과 자제를 필요로 하지만 성숙의 또 다른 이름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사회의 요구에 맞출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때로는 가식적으로 보이는 사회화된 모습이 더 건강한 모습일 수 있다. 인터넷 문화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더 이상 철없는 피터팬으로 남지 않고 정체성을 가진 사회적 인간으로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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