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관광인가] “우리는 당신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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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란 ‘관광지화하다’(touristify)와 지역 개발로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로, 거주지가 관광지로 바뀌면서 원주민이 사는 곳을 이탈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임대료 상승과는 상관없이 오직 관광객의 등쌀에 못 이겨 떠난다는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구분된다.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이탈 속도 서울 평균보다 3~4배 빨라=1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이런 현상을 겪는 곳은 종로구 계동ㆍ가회동 북촌한옥마을과 이화동 이화마을, 용산구 용산2가동 해방촌 등이다.
실제로 시 통계를 보면 올해 2분기 가회동 내 인구 수는 모두 4746명으로 지난 2012년 2분기(5535명)보다 14.2% 급락했다. 올해 2분기 이화동과 용산2가동에 사는 인구 수도 각각 8839명, 1만2497명으로 동일 기준(9637명ㆍ1만4037명) 대비 8.2%, 10.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인구 수가 1049만8693명에서 1017만8395명으로 3.0% 하락한 점을 미뤄 보면 이탈 속도는 모두 3~4배 가량 빠른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6시 북촌한옥마을을 찾아 주민 말을 들어보니 이들은 관광객의 상식 밖 행태에 질린 상태였다. 5년 넘게 거주 중인 주민 이모(55) 씨는 “문을 발로 차고 벽에 낙서를 하는 등 각종 추태가 주민들을 괴롭힌다”며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니 못 참고 떠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관광객은 아무렇지 않게 먹다 남은 도시락 통, 일회용 컵 등을 무단 투기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오후 7시 찾은 해방촌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이곳서 3년째 자취하고 있는 주민 김은정(27ㆍ여) 씨는 “올해 계약만 끝나면 바로 짐을 쌀 것”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조용하던 동네였는데, 관광지로 소개된 이후부턴 무법지대가 됐다”고 토로했다.
해방촌 내 한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주민 빠지고 관광객 빠지고…악순환=전문가들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방치할 시 결국 해당 관광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주민이 떠나가면 지역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면 위생 등에 문제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조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화마을이다.
다채로운 벽화들로 유명해진 이화마을은 현재 인기가 눈에 띄게 꺾인 상황이다. 지난 주말 오후 6시 이화마을을 가보니 휴일이 무색하게 사람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곳곳에는 ‘제발 조용’ 등 문구로 덕지덕지 칠해진 붉은색 페인트가 방치된 상태였다. 몇몇 집 앞 화분에는 사람 손이 안 닿은지 수개월은 된 양 담배 꽁초가 수북했고 일회용컵들도 즐비했다.
주민들도 이런 모습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오모(50ㆍ여) 씨는 “2010년 반짝 인기몰이를 한 후 매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더 이상 못 살겠다며 떠나간 주민이 늘수록 집 앞이나 골목 관리가 잘 안 되고, 이런 모습들이 관광객 입소문을 타다보니 지금 모습이 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민 이모(65ㆍ여) 씨는 “언젠가는 유령마을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며 “결국 모두 피해자가 될 것 같아 씁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텅 빈 이화마을 벽면에 ‘제발 조용’이라는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
▶서울시ㆍ종로구 문제해결 팔 걷어=서울시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따른 폐해 상당수가 종로구에서 생긴다고 판단, 종로구와 함께 ‘주거지역 관광명소 주민피해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돌입했다.
오는 10월 내 완료 목표로 약 5000만원 예산을 투입한다.
연구 지역은 종로구 내 북촌한옥마을과 이화마을, 세종마을 등이다. 지역마다 ▷지역 현황 ▷관광객에 따른 주민 피해현황 ▷피해 유형별 개선대책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후 고려대 행정분야 연구진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예비 정책과제를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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