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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속 ‘공짜 미술관’엔 진품명품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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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경영학과
댓글 0건 조회 225,738회 작성일 1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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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롯데·워커힐 등 서울 시내 호텔들 곳곳이 작품…전시회도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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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서울 로비에 전시된 그림들을 손님들이 보고 있는 모습.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 앞과 로비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이 3~4살짜리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부터 대학생 남녀, 백발의 노신사 등으로 북새통을 이룬 까닭은 이곳 객실에서 미술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화랑 49곳을 비롯해 아시아의 화랑 총 69곳이 호텔의 3개 층을 빌려 90개 객실에서 각 화랑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사진 등의 작품을 전시한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가 그것. 관람객들은 각 객실에 들어가 객실도 구경하고 작품도 즐기는 일석이조의 시간을 가졌다. 객실의 침대, 화장대, 화장실의 욕조 등이 작품들의 받침대가 되었다. 7살짜리 아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박미희(37·서울 잠실동)씨는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특급호텔 객실 구경을 해 보겠느냐”며 웃었다. 보통 미술관이나 박람회장 등에서 열리던 미술 전시회의 관행을 깨고 지난해 전시회를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옮겨 재미를 본 주최 쪽은 올해 신라호텔로 옮겨서 진행했으며, 관람객 8200명, 판매수익 25억원을 기록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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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라호텔 객실에서 열린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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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서울 시내 호텔들이 미술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새로운 아트 투어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은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미술계는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또 관람객은 미술과 호텔을 동시에 구경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어 전부 ‘윈윈’인 셈이다. 물론,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도 호텔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예술작품들을 장신구처럼 걸고 있는 ‘무료 미술관’이다. 투숙·약속을 위해 방문했다면 약간의 시간을 내어 둘러볼 수도 있겠고, 미술 애호가라면 작정을 하고 일부러 방문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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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리〉
 

객실에서 그림전시회 ♣ 서울신라호텔 

판화부터 조각까지 다양한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신라호텔은 아예 로비에서 ‘갤러리 투어 가이드북’을 무료로 나눠준다. 정문에서부터 복도 곳곳의 작품들 해설을 담고 있는 핸드북이다. 먼저 호텔 정문 앞에 있는 분수는 일본 조각의 거장인 세키네 노부오의 〈레인보〉(1993년작)다. 양쪽에서 쏘아진 시원스러운 물줄기가 중앙에서 만남으로써 무지개를 연상시키는데, 작가는 ‘동서양을 연결하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로비에 들어서면 천장에서 쏟아질 듯한 눈부신 7개의 샹들리에가 손님을 맞는다. 이것은 대표적인 현대 설치미술가인 박선기 작가의 〈조합체〉란 이름의 작품. 수만개의 투명 아크릴 비즈를 투명 나일론 와이어에 매단 조형물이다. 1층에 있는 카페 ‘더 라이브러리’ 안에는 피카소의 판화 8점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인 톰 웨셀만의 판화와 도예가 박영숙의 작품, 호안 미로의 판화 등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호텔을 둘러싼 조각공원에서는 20여점의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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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 전시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파라다이스 나무’ .

 

 


오디오가이드 들고 아트투어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이 호텔은 호텔 안팎에 전시돼 있는 28점의 유명 작품들을 오디오 설명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워커힐 아트 뮤지엄’을 10월3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로비의 벨데스크에서 나눠주는 무료 투어맵과 한국어·영어 등 4개의 언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작품을 둘러보면 된다. 먼저 호텔 로비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워커힐 샹들리에〉는 유리 공예가인 데일 치훌리의 작품으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배경이 됐던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천장의 화려한 장식품을 만든 주인공이다. 2001년 구입 당시 가격이 3억원이 넘는 고가의 예술품이라고 한다. 워커힐 현관을 향해 난 진입로 가운데 섬처럼 만들어진 아일랜드 위에 놓인 〈잠자리〉(오른쪽)도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 2층 뷔페 레스토랑 포시즌 옆 테라스에는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 〈머큐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인기작가 호메루 브리투(로메로 브리토)의 다양한 작품들과 프랑스 월드컵 공식작가로 선정됐던 여성 조각가 마리마들렌 고티에 등의 인상적인 작품들도 이 기간에 한시적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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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호텔 우바에 전시된 미디어 아트
 

스위트룸에서 미술경매 ♣ 롯데호텔서울

이 호텔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국내외 톱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소개·경매하는 행사를 열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 스위트룸은 무려 1박에 250만원인 방. 호텔 쪽은 “스위트룸에서 경매 행사를 하다 보니 호기심 어린 관객들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롯데호텔서울 쪽은 다양한 미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11월25일까지 본관 1층 로비에서 국내 유명 중견작가들의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과 조형물 30점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또 10월 말까지는 신관과 본관을 잇는 3층 통로에 5개의 그림 전시실을 마련해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큐레이터가 상주해 작품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제공한다.

 

호텔 전체에 170여점 작품 ♣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로비부터 복도, 객실, 레스토랑 등에 무려 17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작품들의 특징은 호텔을 디자인한 존 모포드가 호텔 콘셉트에 맞는 작품을 구해오거나 작가에게 의뢰해 받은 작품들이란 점. 프런트 데스크 뒤에 걸려 있는 초대형 폭포 그림은 프랑스 갤러리 드몽드에 의뢰해 받은 것이고, 2층에 있는 최민호 작가와 황선구 교수의 사진 역시 호텔의 의뢰로 한국적 이미지를 찍은 작품이다. 지하 2층 ‘송 바 헬리콘’에 들어서면 20세기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프랭크 스텔라의 90년대 작품인 〈판타지아〉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부조·판화·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으로 구성돼 있다. 홍익대 미대 학장인 신상호 교수의 〈애니멀 헤드〉 시리즈 중 양을 주제로 한 전신상·두상 등의 작품도 호텔 입구와 로비 등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미디어 아트 보려면 ♣ W호텔 혹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현대미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로 ‘사이버 호텔’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작품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인 〈파라다이스 나무〉다. 무려 1억원짜리 작품이다. 이외에 조영자의 조각 〈포세이돈의 선물〉, 심영철의 부조 〈환상의 섬〉 등 곳곳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짜리 작품 73점이 전시돼 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W호텔 우바에선 7개 스크린을 통해 유명 아티스트의 감각적인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아트를 추구하는 뉴욕의 미디어 아트 갤러리인 ‘비트폼 갤러리’의 작품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 제공 각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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