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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ㅣ제주 영주산 클린하이킹] 하이킹의 성지서 첫 ‘오름 클린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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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19-11-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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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하이커스의 자랑, 집게와 봉투를 든 인증사진은 기본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이 있다. 한라산부터 한라산 둘레길, 해변을 따라 난 올레길, 오름까지 다양한 자연과 길을 품고 있는 제주도. 훌륭한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하이킹의 성지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한없이 걷고 싶은 기분이 들 땐, 가까운 제주도로 훌쩍 떠나곤 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제주도를 찾았다. 바로 ‘클린하이킹’을 위해서다.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오름 클린하이킹’이다. 제주를 여행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쓰레기가 거슬렸던 탓이다. 맑고 청아한 풍경 속에 이질적인 쓰레기들이라니, 최고의 불협화음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다른 험한 산에 비해 비교적 낮고 부드럽고 오름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우면, 어렵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첫 ‘오름 클린하이킹’ 참가자를 모집했고, 10명의 클린하이커가 제주 동부 오름 중 하나인 영주산 입구에 모였다. 아이러니한 건 그중 4명이 서울 사람이라는 사실! 그만큼 제주에 대한 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인지, 열정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휴일을 기꺼이 클린하이킹에 투자할 마음을 모았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하산 후 영주산 입구에서 투기되어 있는 대량의 쓰레기들을 발견해 수거하고 있다. 

비가 왔지만, 잔잔한 빗방울에 클린하이커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완만한 동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토도독” 떨어지던 귀여운 빗방울이 거센 장대비로 변했다. 우비를 입고 천진난만하게 웃던 클린하이커 은민씨는 빗물이 들이닥쳐 눈을 뜨지 못했고, 다들 우산의 존재가 무색하도록 등산화부터 바지까지 흠뻑 젖어버렸다.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지경으로 비는 거세졌다.


게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주산은 생각 이상으로 깨끗했다. 비를 맞으며 행군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이걸 계속 해야 돼? 말아야 돼?’ 원래 일정대로면 영주산을 넘어 백약이오름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정수리를 뚫어버릴 듯한 거센 비에 정상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클린 활동에 전념하는 최다혜씨. 

오랜만에 비 맞는 기분, 상쾌해!


돌아오는 길에는 다행히 빗방울이 다시 가늘어졌고, 뿌옇기만 하던 시야가 조금씩 걷히며 아스라한 풍경이 펼쳐졌다. 맑은 날의 영주산을 기대했지만, 이렇게 분위기 있는 영주산의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이왕 젖어버린 것, 쓰고 있던 우산도 접어버렸다. 비를 피하려고 할 때는 조금만 젖어도 불쾌하던 것이, 비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이상하리만치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비 맞는 것, 정말 오랜만이에요!”


고생스러움에 실망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건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서일까, 모두들 이 비마저도 사랑하기로 한 것 같았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영주산 클린하이킹 참가자들. 비가 잦아든 틈을 이용해 아스라이 펼쳐진 풍경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최초로 너무 깨끗해서 쓰레기를 줍지 못한 클린하이킹이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하산을 마치려, “수고했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오늘의 클린하이킹을 끝내려는 찰나였다. 불현듯 영주산 입구에 있는 플라스틱과 유리병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온갖 병뿐만이 아니라, 기저귀, 생활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이 캠페인에 해피엔딩은 없는 걸까? 묻혀 있는 쓰레기는 너무나 방대해서 우리가 챙겨온 봉투를 가득 채우고 채워도 끝나질 않았다. 그리고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씁쓸함이 몰려왔다. 몇 번만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듯 했다. 그리고 더 많은 클린하이커들의 동참이 절실해졌다.


전국의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클린하이커를 자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몇 십 년 몇 백 년이 걸리더라도, 이 길의 끝에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간절히 바라본다.



[글 사진 김강은 벽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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