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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트레킹ㅣDMZ평화누리길 일시종주]살아있는 역사의 땅 비무장지대, 155마일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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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84회 작성일 19-11-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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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염원하며 15박 16일간 ‘DMZ 평화누리길’ 일시종주
두타연에서 6조 단체사진. 

한반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분단선, DMZ. 지난 8월 백두대간과 한 민족을 끊어놓은 이 선을 따라 걷는 대회에 참여했다. 행사의 이름은 ‘DMZ 155마일 평화의 길을 함께 걷다(원정대장 김학면)’로 경기도가 주최하고 국방부와 강원도가 후원했다. 내리쬐는 태양보다도 더 뜨거운 각오와 열정으로 무장한 100여 명의 원정대 대원들과 함께 15박 16일 동안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250km를 걸으며 생명과 평화가 숨쉬는 DMZ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각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단체사진. 

대회 참가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1차 서류전형을 거쳐 1차 합격자에 한해 체력검증까지 했다. 마라토너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지원자 면면은 화려했다. 운동장 30바퀴를 달리는 체력검증을 1등급으로 마치고 건강 검진표를 제출한 후에야 비로소 최종 합격될 수 있었다.


최종 발표 2주 후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16일간 함께 지낼 조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기간 중에 사용 할 조 구호도 정하고 기수 순서도 정했다. 원정기간동안 만들어서 발표해야할 과제물의 주제도 상의했다. 한 시간 반 정도 함께 활동하는 동안 조원들의 성격이 대충 파악되었다. 조원들의 나이는 20~60대 초반까지 다양했는데, 조원들과 세대차이로 인한 문제를 겪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나는 세대를 넘어서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성 화진포해수욕장에서 점프샷을 찍었다. 

16일간의 힘든 원정…마지막엔 감동의 눈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발대식을 가진 후 세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강원도 고성으로 출발했다. DMZ 동쪽 끝 강원 고성에서부터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연천을 거쳐 파주에 이르기까지 15박 16일간 DMZ 일원 250km를 걷는 여정의 시작이다.


고성에 도착해 먼저 통일전망대에 올랐다. 바로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곳이 북한이라는 게 무척이나 어색하다. 지척인 저 곳에 줄을 그어 놓고 66년간 오도가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다. 금강산 콘도에서 화진포 콘도를 거쳐 거진항으로 내려왔다. 일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관광 차 왔던 곳인데 뜻 깊은 원정대 소속으로 걸으니 감회가 새롭다.



펀치볼에서 가진 휴식. 

고성군 토성면과 인제군 북면을 잇는 미시령옛길을 걷고자 했으나 폭우로 인해 낙석 등의 사고우려가 있어 우회했다. 인제군에 도착해서는 순수민간인 사업으로 개척한 인제 천리길 403km의 구간 중 21km를 걸으면서 단절되었던 옛길이 복원되듯, 남북으로 단절된 길도 이렇게 이어지길 기원했다. 양구군에서는 펀치볼의 여러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있다는 먼맷재길을 걸었다. 양구군 DMZ펀치볼둘레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숲밥의 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정갈한 반찬들이 무척이나 탐스러웠다.


6일차에는 민통선 안에 위치하며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두타연 구간을 걸었다. 이곳에 설치된 금강산까지 거리가 32km란 표지판을 보며 북한은 정말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민통선 안을 통과할 때는 군인들의 통제를 받았다.




평화의공원 조형물과 손에손을 잡았다. 

7일차에는 물의고장 화천의 비경지인 비수구미 마을을 거쳐 대표적인 안보관광지 평화의 댐, 평화의 종에 도달했다. 평화의 댐 아래쪽에는 ‘평화의 새로운 시작, 남북의 물길이 통한다’는 뜻을 가진 세계 최대 트릭아트 수문이 그려져 있다. 짓궂은 대원들은 그림이 아니라 정말 수문이라고 낭설(?)을 퍼뜨렸다.


평화의 종 위 네 귀퉁이에 있는 비둘기 중 한 마리는 날개가 반만 있다. 통일의 그날이 오면 마저 붙일 거라고 한다. 하루속히 두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아가길 바라면서 평화의 종을 울렸다.


화천 산소길을 지나는 날은 비가 무척 많이 쏟아졌다. 물 위로 떠있는 부교를 걷는데 이 물 아래에 6.25 전쟁 중 화천 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이 수장돼 있다고 해서 섬뜩했다.



행군 중인 대원들. 

9일차에 철원으로 왔다. 민통선 지역안인 월정리 역을 걸어 노동당사에 도착했다. 전날은 억수같은 비가, 이날은 더워도 너무 더워 모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노동당사에 도착하니 지역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우리들을 환영하기 위해 그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고 합창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더위 속에 아이들을 서있게 할 수 없어 준비한 노래를 한 곡만 듣고 큰 박수와 눈물로 감사를 표했다.


10일차에는 도계를 넘어 경기도로 입성했다. 5사단 군악대와 경기도의회, 연천군에서 나와 원정대를 환영해주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된 홍수조절용 댐인 군남댐을 지나갔다. 14일차에는 민통선 안에 있는 해마루촌을 들어갔다. 장단군에 고향을 둔 실향민 1세대를 위해 조성한 마을로 민통선 안이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니 DMZ에 인접한 북한 마을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이곳에서 눈으로만 고향을 바라보며 아픔을 달랬을 실향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한 대원이 비를 맞으며 휴식 중이다. 

15일차 오전에는 버스로 승전OP를 올라 아주 짧은 구간이지만 철책선을 따라 걷기도 했다. 점심 이후에 368m의 장진교를 걸어 들어갔는데, 우리가 이 다리를 걸어가는 최초의 민간인들이었다고 한다. 장진교에서 해마루촌까지 걸어 들어가 그곳에서 식사 후 캠프 그리브스로 이동했다. 캠프 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간 미 2사단 보병대대가 주둔하다 1997년 미군철수 이후 2007년 8월 한국정부에 반환된 곳이다. 현재는 유스호스텔로 이용되고 있다. 민통선 구역 내 최초의 숙박시설이다.


이곳에서 각 조별로 만든 과제작품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영상물, 콩트, 립 덥(립싱크와 더빙의 합성어로 노래를 부르는 시늉을 하며 연기를 하는 일) 등 다양한 발표물이 나왔다. 노트북 지참이 안 되었으므로 모두 휴대폰으로 영상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젊은이들의 참신한 생각과 스마트폰 기능을 다루는 솜씨들이 대단했다. 개인 모범 대원, 단체 모범조, 개인작품 발표 등 시상에서 우리조가 2관왕을 차지했다.



연천 군남댐 인근. DMZ와 가까워질수록 자연은 깊어져만 갔다. 

원정 마지막 날은 모두 들뜬 모습이었다. 10시에 출발해 통일대교를 지나자 마침내 출발했던 임진각 DMZ생태관광지원센터 건물이 보였다. 육군 군악대의 행진곡을 들으며 건물에 들어서자 참았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연천 숭의전 구간 산길을 오르고 있다. 

평화의 가치 되새기는 DMZ 걷기


참가한 세대가 다양하므로 이곳을 대하는 생각이나 자세들도 모두 달랐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한걸음 한걸음이 다가올 평화시대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믿음은 모두가 가졌을 것이다.


특히 역사와 생태를 몸소 체험할 수 있어 원정의 만족도가 높았다. 환경을 위해 종주동안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쓰레기 배출량도 최소화했다. 부득이 일회용품을 사용한 경우 수거에 더욱 신경을 썼다. 대원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더욱 뜻 깊었다.



종주의 마지막 도착지인 임진각으로 입성하고 있다. 

걱정했던 것만큼 조원들과 화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각조에서 조장은 비교적 어린 대원들이 맡았다. 본부와의 소통이 훨씬 잘 되었다. 중장년 대원들은 때로는 동료로, 때로는 부모같이 어린 대원들을 보살펴주고 장거리 원정에 필요한 지혜를 나누어 주었다. 어린 대원들은 피로회복력이 빨랐고, 중장년층은 평소 닦은 근력으로 원정 기간을 잘 이겨내 두 그룹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그러나 원정 중에 중장년층에서 너무 강압적이고 제한이 많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100명이나 되는 원정대가 민통선을 드나들고 군사시설을 지나기 때문에 모든 개개인이 흡족할 만큼 시간과 자유를 주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첫날에는 배낭을 싸는 모습이 영 어색했던 대원들도 완주 날에는 소위 ‘각’이 나온다 할 만큼 솜씨가 좋아졌다. 이들은 앞으로 평화누리길 전도사가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DMZ 주변에 출입의 번거로움을 개선하고, 접근성과 연계성도 좋은 걷기 길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DMZ를 걸으며 평화와 통일, 생태와 미래 가치를 고민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길 희망한다.



[글‧사진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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