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호텔·관광뉴스

"볼 게 없는데 몽골 왜 가요?" 나의 대답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20회 작성일 19-12-26 08:58

본문

 몽골 사막지방을 여행하며 신기루를 네번이나 볼 수 있었다. 허상이기 때문에 사진에 안 찍힐줄 알았는데 찍혔다. 과학적 현상이지만 절실한 욕망이 신기루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 오문수


 
무더운 여름날 몽골 사막을 여행하며 신기루를 네 번 보았다. 아른거리는 빛 저 너머로 호수와 산자락까지 보였다. 일행은 사륜구동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마실 물을 준비했으니 물 걱정은 없었다.
 
신기루란 밀도가 서로 다른 공기층에서 빛이 굴절함으로써 멀리 있는 물체가 거짓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지평선 너머에 있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호수나 산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를 공중누각(空中樓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기루는 허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진실이 보인다.
 
사막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홍수를 만나 탈출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며 "자동차 기름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때 반갑지 않은 신기루가 나타났다. 첫 번째 신기루를 만난 후 두 번째 신기루가 나타났을 때 내 마음을 미묘하게 흔드는 게 있었다.
  

 몽골 대초원을 여러시간 동안 운전할 때 무단횡단하는 양떼들을 만나면 반갑기까지 하다. 잠이 깨기 때문이다. 운전사들은 양떼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클락션을 울려 양떼가 양옆으로 갈라설 때 다시 운전한다.
ⓒ 오문수


  
"하늘의 뜻이에요"
 
일행을 태우고 몽골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운전한 몽골운전사 '저리거'의 취미는 낚시다. 그는 일행이 텐트 칠 장소를 가급적이면 호숫가에 잡았다. 식사를 준비하고 몸을 씻기 위해서다. 일행이 식사 준비하는 동안 그는 낚싯대를 호수에 드리우고 고기를 잡는다.
 
그는 고기를 잘 잡았다. 팔뚝 만큼 큰 고기를 10여 마리 잡는다. 그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10마리를 잡으면 1마리만 제외하고는 호수에 되돌려 보냈다. 그에게 "고기를 왜 살려주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몽골 운전사 저리거가 고기 한 마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10마리를 잡았지만 일행이 4명뿐이라며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호수에 놓아주었다. 텡그리의 뜻(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 오문수


   
  

 몽골운전사 저리거가 이정표에 적힌 칭기스칸의 경구'를 설명해줬다. "멀다고 포기하지마 가보면 도착한다. 무겁다고 포기하지마 들어보면 올릴 수 있다" 조금만 힘들면 쉽게 포기하는 현대인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경구다.
ⓒ 오문수


 
"일행이라야 네 명밖에 안 돼 다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텡그리(하늘을 주관하는 신)가 주신 선물이니 꼭 필요한 고기 한 마리 외에는 텡그리한테 되돌려보내야지요."
 
한 달간 동고동락하면 불편한 점도 있을테고 속상한 점도 있을 텐데 화내지 않고 끝까지 동행해준 그가 고맙다. 고마운 점이 또 있다. 그렇게 험난한 길을 한 달간 달렸는데도 커다란 고장을 일으키지 않은 그의 차가 고맙다.
 
아무도 없는 몽골 시골길을 차 타고 여행해본 분이라면 차가 고장났을 때의 난감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근에 정비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몇백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정비공이 와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몽골 초원에 사막과 동물만 있을까? 때론 이같이 아름다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 오문수


 
일정이 끝나고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일행은 도로공사 구간을 피해 샛길로 들었다가 차가 진창에 빠졌다. 삽으로 진창길을 메우고 모든 수단을 다해 간신히 빠져나오는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차가 진창에 빠졌으니 불평할만도 한데 아무말 않던 저리거씨가 고맙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에 소장된 2000억짜리 '호프 다이아몬드'
 
몇 달 전 지인들과 함께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견학했을 때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박물관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인 2층에는 2000억 원에 달한다는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가 전시되어 있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2층에 있는 싯가 2000억짜리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중 하나다. 인간의 욕망이 저주를 내렸을까? 소장자마다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 오문수


 
호프 다이아몬드 원석은 1600년대 중반 인도에서 채굴됐다. 45.52캐럿짜리 호프 다이아몬드는 감정가 2천억 원에 달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중 하나인 호프 다이아몬드에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루이 14세는 이 다이아몬드를 단 한 번 착용 후 천연두로 사망했고, 루이 16세는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1792년 강탈당했던 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던 헨리 호프는 파산했다. 박물관에 소장된 호프 다이아몬드는 1958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구입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했다.
 
인간의 욕망이 화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소장했던 세 명은 비극적 결말로 끝났지만 기증했던 해리 윈스턴은 아무렇지 않다고 하니 말이다.

몽골은 아무것도 볼게 없다? 공부하면 신기루가 걷힌다  

몽골을 잘 모르는 지인들은 "몽골은 아무것도 볼 게 없다는 데 왜가요?"라고 질문한다. 지인들 얘기가 맞을지도 모른다. 끝없는 초원과 가축들, 초원에 점점이 박혀있는 게르들뿐이니.
  

 빙하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수타이산을 향해 출발했지만 눈보라와 안개에 휩싸여 애를 먹었다. 인간의 욕망이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 오문수


   

 눈녹은 수타이산에 이끼가 꽃을 피웠다. 이끼꽃이 이렇게 예쁜줄 몰랐었다
ⓒ 오문수


 
필자가 몽골로 떠나는 이유는 "아무것도 볼 게 없어서"이다. "남들 말대로 정말 아무것도 볼 게 없을까?"가 궁금했다. 필자에게는 버릇하나가 있다. 여행계획이 세워지면 반드시 그곳에 대해 검색하거나 공부를 한다.
 
필자가 몽골에 대해 공부한 책은 30여 권에 달한다. 몽골 정부에서 발행한 영문서적도 6권이나 구입했다. 책이 제공한 진실은 내 눈 속에 비친 신기루를 걷어 내줬다. 아무것도 볼 게 없는 게 아니라 볼 게 너무나 많았다.
  

 몽골은 돼지를 초원에 놓아기르고 있었다.
ⓒ 오문수


  

 필자가 자주 책 빌리는 도서관 벽에는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며,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는 간디의 말이 적혀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경구로 필자의 염원이 들어있기도 하다
ⓒ 오문수


 
특히 우리 문화와 내 핏줄의 뿌리가 그곳에 있었다. 필자는 지난 6월 한달간 몽골을 동서로 횡단했다. 왕복 거리가 8천킬로 미터다. 내년 6월에도 몽골 남북 종단여행을 꿈꾸고 있다. 틈틈이 쓰는 <오마이뉴스>의 기록은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내 자신과 지인들 눈에 보이는 신기루를 걷어내기 위해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