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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바다, 역사, 체험... 모든 여행이 다 가능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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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텔관광경영학부
댓글 0건 조회 414회 작성일 19-12-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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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시·군이 숨겨놓은 보물과 지역민의 삶을 찾아 ②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인간과 사물에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서는 방법은 그것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곳곳에 감추어진 아름다운 경북의 여행지와 각각의 시·군에서 만난 특별한 이력의 사람들도 바로 이 방식을 통해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다. 2019년 여름에서부터 겨울까지, 경북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풍광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그것들에 관한 '추억의 기록'을 여기 남긴다.
 

 청송 주산지를 찾은 여행자들.
ⓒ 경북매일 자료사진


 
'명불허전' 주왕산의 청송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것들에겐 그에 어울리는 이유가 있다. 이른바 명불허전(名不虛傳). 청송의 주왕산을 한 번이라도 찾아본 등산객들은 안다. 왜 이 산을 "사계절 내내 절경을 이룬다"고 모두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지.

청송이라는 지명에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신선이 사는 피안(彼岸)'이란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이런 낭만적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한 여행지가 청송이다. 뿐이랴. 제철에 찾아가면 달콤하고 향기로운 사과의 환영도 받을 수 있다.

주왕산과 '사이좋은 한 쌍'을 이루는 주산지는 애초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 하지만 이젠 '최고의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는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주산지가 생길 때 조선 왕이었던 경종(景宗)은 이런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터. 그렇다. 그게 역사고 인간의 삶이다.
 

 청도 와인터널.
ⓒ 경북매일 자료사진


 
겨울밤도 분명 아름다울 청도

역설로 말한다. 청도는 어둠이 깔려야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도시다. 환하게 불 밝히고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프로방스 마을과 와인터널에선 추운 겨울에도 즐거움이 넘쳐난다.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장'이라 이름 붙인 공간은 날마다 축제가 벌어지는 장소다. 아이들은 아기자기한 인형들 사이에서 '꼬마 모델'이 돼 아버지 카메라 앞에 서고, 엄마는 그 곁에서 세상 어떤 이들보다 밝게 웃는다. 최고의 가족 여행지 중 하나로 추천해도 모자람이 없다.

와인터널에선 주당 여행자들이 즐겁다. 1898년 만들어져 현재 와인 저장고와 와인 바 등으로 이용되는 터널은 붉은 벽돌의 아치형 천정과 자연석으로 꾸민 벽면이 근사하다. 네온으로 장식된 커다란 와인 병도 이채롭다. 운문사와 공암풍벽 역시 빼놓으면 아쉬운 청도의 명소다.
 

 김천 직지사의 아름다운 풍광.
ⓒ 경북매일 자료사진


 
직지사 '보물찾기'가 즐거운 김천

김천에 가서 직지사를 가보지 않는 여행자가 있을까? 당연지사 없다. 산 중턱에 자리한 절에서 내려다보는 주위 풍광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직지사가 창건된 건 지금으로부터 1천600여 년 전인 신라 눌지왕 때. 여기에 유명세를 보태게 된 역사적 사실 하나가 더 있으니 고려의 태조인 왕건이 중건(重建·절을 새롭게 보수함)했다는 사실이다.

대웅전과 미려한 건축물 비로전 앞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삼층석탑이 서있고, 석조약사여래좌상과 대웅전 삼존불 탱화 등은 모두 국가가 지정한 보물이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김천 관광의 또 다른 즐거움 하나는 평소 해보기 힘든 '말 타기 체험'. 김천승마장에선 저렴한 비용으로 말에 올라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승마 전문조교가 도와주니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
 

 상주 자전거박물관에 전시된 독특한 자전거.
ⓒ 홍성식


 
자전거 타고 경천대 주변을 달리는 상주

자전거와 경천대는 상주를 대표하는 핵심 관광자원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지 않고, 도시 대부분이 평지인 상주는 '자전거 타기에 최적인 공간'으로 이름이 높다. 여기에 자전거박물관까지 들어서 한국 자전거의 역사와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희귀한 자전거를 확인하게 해준다.

높이가 5m쯤 되는 자전거, 바퀴의 폭이 1m 가까운 자전거 등을 본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일제강점기 '조선 자전거의 제왕'으로 불렸던 엄복동(1892~1951)과 관련한 자료도 적지 않게 전시됐다.

자전거박물관 지척엔 경천대가 있다. 옛날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은 경천대와 어우러진 낙동강 경치에 매료돼 수많은 시와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8.5m 높이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인공폭포와 TV 드라마 '상도'의 세트 촬영장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영주 무섬마을.
ⓒ 경북매일 자료사진


 
물안개 끼는 무섬마을의 영주

영주 무섬마을엔 우물과 사당이 없다. "언젠가는 마을이 가라앉는다"는 풍수학자들의 예언 탓에 우물을 만들지 않았다. 홍수가 나면 조상들의 위패가 떠내려 갈 것을 걱정해 사당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건 기우(杞憂)였다.

여행자들에게 무섬마을은 부드러운 물안개가 볼을 매만져주는 낭만적인 곳이다. 특히 새벽녘 풍경이 아름답다. 거기까지 가서 강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진 찍기에도 그저 그만이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역시 영주가 손꼽아 자랑하는 공간. 소수서원은 '왕이 현판을 직접 써서 선물한 최초의 서원'이다. 언필칭 사액서원(賜額書院). 영주시민들은 말한다.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선비촌은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 공들여 조성한 관광지다.
 

 청옥빛으로 빛나는 울릉의 바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구구한 설명 필요 없는 옥빛바다 울릉도

짙푸른 보석 사파이어 1000톤을 싣고 가던 보물선이 바다에 빠진 후 1000년의 세월이 흐르면 이런 빛깔을 낼 수 있을까? 어디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할 것도 없다. 울릉도를 둘러싼 전체 바다의 색채는 찬란한 청옥빛이다. 그 푸르름에 눈이 부시고, 때론 가슴이 뻐개질 듯하다.

삼선암, 관음도, 죽도, 도동항, 저동항, 코끼리바위, 통구미 마을, 행남 해안산책로, 대풍감 해안절벽…. 사는 동안 꼭 한 번은 찾아봐야 할 울릉의 명소를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턱없이 모자란다. 나리분지가 선물하는 '평화로운 고요'는 또 어떤 문장을 동원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뱃멀미 걱정을 떨치고 찾아가면 그만큼의 보상이 기다리는 섬이 바로 울릉도. 최근엔 섬 일주도로가 개통되고,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쉽기에 '버스 타고 울릉도 일주'도 가능하다.
 

 칠곡 양떼목장.
ⓒ 경북매일 자료사진


 
양떼가 포근하게 반기는 칠곡

조용하고 얌전한 걸음걸이, 하얗고 부드러운 털, 아기처럼 착해 보이는 얼굴. 양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기 충분한 외양을 갖췄다. 그래서일까? 칠곡 양떼목장은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만족감을 주고 있다.

작은 비용을 지불하면 양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양젖을 짜는 체험도 가능하다. 트랙터를 개조한 관람차에 올라 목장을 둘러보는 것도 빼놓으면 섭섭한 유흥. 여기에 양떼목장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양젖도 맛보는 게 가능하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목장'을 지향한다는 슬로건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현대사에 관심을 가진 여행자라면 호국평화기념관에 가보기를 권한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겐 구상문학관이 제격이고, 겨울 들판을 걸어보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관호산성 둘레길이 기다린다.
 

 영양 국제 밤하늘보호공원.
ⓒ 경북매일 자료사진


 
'쏟아지는 별'과 만나는 영양

더 이상 하늘과 별을 올려다보지 않는 사람들. 삭막해진 세태와 눈코 뜰 사이 없는 바쁜 일상이 우리를 '낭만을 잊은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슬픈 일이다. 이 서러움을 위로해줄 공간이 영양에 있다. 바로 국제 밤하늘보호공원.

영양은 '세계에서 밤하늘 별빛이 가장 찬란한 지역 중 하나'로 인정받은 도시다. '별 생태 체험관'과 '반딧불이 천문대'에서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리고 시인처럼 하늘의 별을 노래해보자. 그러면 잊고 산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지조론'을 펼친 명문장가 시인 조지훈의 흔적을 찾아 지훈문학관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선바위와 남이포, 영양이 문향(文鄕)임을 증명해주는 두들마을을 지나 수비면 죽파리에 조성된 자작나무숲까지 가보는 것이 영양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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