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는데 몽골 왜 가요?" 나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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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사막지방을 여행하며 신기루를 네번이나 볼 수 있었다. 허상이기 때문에 사진에 안 찍힐줄 알았는데 찍혔다. 과학적 현상이지만 절실한 욕망이 신기루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
ⓒ 오문수 |
무더운 여름날 몽골 사막을 여행하며 신기루를 네 번 보았다. 아른거리는 빛 저 너머로 호수와 산자락까지 보였다. 일행은 사륜구동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마실 물을 준비했으니 물 걱정은 없었다.
신기루란 밀도가 서로 다른 공기층에서 빛이 굴절함으로써 멀리 있는 물체가 거짓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지평선 너머에 있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호수나 산이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를 공중누각(空中樓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기루는 허상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진실이 보인다.
사막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홍수를 만나 탈출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며 "자동차 기름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때 반갑지 않은 신기루가 나타났다. 첫 번째 신기루를 만난 후 두 번째 신기루가 나타났을 때 내 마음을 미묘하게 흔드는 게 있었다.
▲ 몽골 대초원을 여러시간 동안 운전할 때 무단횡단하는 양떼들을 만나면 반갑기까지 하다. 잠이 깨기 때문이다. 운전사들은 양떼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클락션을 울려 양떼가 양옆으로 갈라설 때 다시 운전한다. |
ⓒ 오문수 |
"하늘의 뜻이에요"
일행을 태우고 몽골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운전한 몽골운전사 '저리거'의 취미는 낚시다. 그는 일행이 텐트 칠 장소를 가급적이면 호숫가에 잡았다. 식사를 준비하고 몸을 씻기 위해서다. 일행이 식사 준비하는 동안 그는 낚싯대를 호수에 드리우고 고기를 잡는다.
그는 고기를 잘 잡았다. 팔뚝 만큼 큰 고기를 10여 마리 잡는다. 그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10마리를 잡으면 1마리만 제외하고는 호수에 되돌려 보냈다. 그에게 "고기를 왜 살려주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 낚시를 좋아하는 몽골 운전사 저리거가 고기 한 마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10마리를 잡았지만 일행이 4명뿐이라며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호수에 놓아주었다. 텡그리의 뜻(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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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운전사 저리거가 이정표에 적힌 칭기스칸의 경구'를 설명해줬다. "멀다고 포기하지마 가보면 도착한다. 무겁다고 포기하지마 들어보면 올릴 수 있다" 조금만 힘들면 쉽게 포기하는 현대인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경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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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라야 네 명밖에 안 돼 다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텡그리(하늘을 주관하는 신)가 주신 선물이니 꼭 필요한 고기 한 마리 외에는 텡그리한테 되돌려보내야지요."
한 달간 동고동락하면 불편한 점도 있을테고 속상한 점도 있을 텐데 화내지 않고 끝까지 동행해준 그가 고맙다. 고마운 점이 또 있다. 그렇게 험난한 길을 한 달간 달렸는데도 커다란 고장을 일으키지 않은 그의 차가 고맙다.
아무도 없는 몽골 시골길을 차 타고 여행해본 분이라면 차가 고장났을 때의 난감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근에 정비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몇백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정비공이 와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 몽골 초원에 사막과 동물만 있을까? 때론 이같이 아름다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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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끝나고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일행은 도로공사 구간을 피해 샛길로 들었다가 차가 진창에 빠졌다. 삽으로 진창길을 메우고 모든 수단을 다해 간신히 빠져나오는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차가 진창에 빠졌으니 불평할만도 한데 아무말 않던 저리거씨가 고맙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에 소장된 2000억짜리 '호프 다이아몬드'
몇 달 전 지인들과 함께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견학했을 때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박물관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인 2층에는 2000억 원에 달한다는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가 전시되어 있었다.
▲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2층에 있는 싯가 2000억짜리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중 하나다. 인간의 욕망이 저주를 내렸을까? 소장자마다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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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다이아몬드 원석은 1600년대 중반 인도에서 채굴됐다. 45.52캐럿짜리 호프 다이아몬드는 감정가 2천억 원에 달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중 하나인 호프 다이아몬드에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루이 14세는 이 다이아몬드를 단 한 번 착용 후 천연두로 사망했고, 루이 16세는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1792년 강탈당했던 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던 헨리 호프는 파산했다. 박물관에 소장된 호프 다이아몬드는 1958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구입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했다.
인간의 욕망이 화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소장했던 세 명은 비극적 결말로 끝났지만 기증했던 해리 윈스턴은 아무렇지 않다고 하니 말이다.
몽골은 아무것도 볼게 없다? 공부하면 신기루가 걷힌다
몽골을 잘 모르는 지인들은 "몽골은 아무것도 볼 게 없다는 데 왜가요?"라고 질문한다. 지인들 얘기가 맞을지도 모른다. 끝없는 초원과 가축들, 초원에 점점이 박혀있는 게르들뿐이니.
▲ 빙하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수타이산을 향해 출발했지만 눈보라와 안개에 휩싸여 애를 먹었다. 인간의 욕망이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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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녹은 수타이산에 이끼가 꽃을 피웠다. 이끼꽃이 이렇게 예쁜줄 몰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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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몽골로 떠나는 이유는 "아무것도 볼 게 없어서"이다. "남들 말대로 정말 아무것도 볼 게 없을까?"가 궁금했다. 필자에게는 버릇하나가 있다. 여행계획이 세워지면 반드시 그곳에 대해 검색하거나 공부를 한다.
필자가 몽골에 대해 공부한 책은 30여 권에 달한다. 몽골 정부에서 발행한 영문서적도 6권이나 구입했다. 책이 제공한 진실은 내 눈 속에 비친 신기루를 걷어 내줬다. 아무것도 볼 게 없는 게 아니라 볼 게 너무나 많았다.
▲ 몽골은 돼지를 초원에 놓아기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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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자주 책 빌리는 도서관 벽에는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며,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는 간디의 말이 적혀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경구로 필자의 염원이 들어있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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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 문화와 내 핏줄의 뿌리가 그곳에 있었다. 필자는 지난 6월 한달간 몽골을 동서로 횡단했다. 왕복 거리가 8천킬로 미터다. 내년 6월에도 몽골 남북 종단여행을 꿈꾸고 있다. 틈틈이 쓰는 <오마이뉴스>의 기록은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내 자신과 지인들 눈에 보이는 신기루를 걷어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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