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코로나19도 피하고 싶은 여름엔 ‘언택트 관광지’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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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물리적 거리 두기가 쉽고,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숲과 섬, 계곡이 인기 피서지로 떠올랐다. 사진은 왼쪽부터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공용 파라솔을 둔 백운계곡, 캠퍼들 사이 호평을 받은 국립화천숲속야영장, ‘마음이 뻥 뚫리는 섬 속 걷기’ 추천길로 꼽힌 매물도 해품길. 경기도·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한국관광공사 제공
코로나19 이후 덜 부대끼고, 더 조용한 관광지에 대한 열망 커져
정선 덕산기계곡·인제 진동계곡, 오고가기 불편한 만큼 덜 번잡
‘화천숲속야영장’ 등 휴양림·캠핑장은 ‘물리적 거리 두기’ 쉬워
금오도 비렁길·매물도 해품길 등 ‘섬 속 걷기’ 코스도 고려할 만
지난 18일 경남 하동 화개면 부춘리 한밭제다 전망대에서 지리산 형제봉(1115m)을 오를 때 국도와 임도로 계곡 물소리가 줄기차게 따라다녔다. 중턱에 다다르자 기암괴석 위로 흐르는 맑은 물길 너머 대숲이 바람에 휘날렸다. 형제봉 일대 봉우리 너머 청명한 하늘이 드러났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계곡의 움푹 파인 지점 위로 섬진강이 나타났고, 강 너머로 백두대간 산줄기가 겹겹을 이루며 담백한 수묵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차를 타고 갔다면 놓쳤을 광경이다. 느리게 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리산 계곡 하면 뱀사골을 떠올린다. 부춘리 계곡은 덜 알려졌다. 계곡에 들어가긴 어렵다. 너럭바위가 드물다. 수풀이 길과 계곡을 가로막는다. 8㎞ 길엔 구멍가게 하나 없다. 부춘리 마을회관 부근 정자 두 곳은 물가에 자리 잡았다. 정자 하나는 주민 집을 통과해야 한다. 주인 서정옥씨는 “누구든 언제든 정자로 와 놀아도 된다”고 말했다.
계곡을 따라 산장과 펜션이 놓였다. 지도를 검색하면 8㎞ 길에 10여곳 나온다. 숙박 시설 대부분은 계곡 곁에 평상 같은 시설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숨은 관광지’에 대한 열망은 커진다. 덜 부대끼고, 더 조용한 곳을 찾는다. 힐링펜션을 운영하는 김원옥씨는 “코로나19 이후 고객이 예년보다 20~30% 늘어났다”고 말했다.
■탁족 하면 계곡…공용 파라솔 아래서
코로나19 이후 휴가·피서 열쇳말 중 하나가 계곡이다. 숲과 물, 바람 3박자가 떨어진다. 웬만한 계곡엔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다. 여름 산수(山水) 좋은 곳에서 발을 담근 채 노는 탁족(濯足)에 안성맞춤인 장소가 계곡이다.
덜 번잡한 계곡? 여행업체 지엔씨21 전계욱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강원 정선군 덕산기계곡(12㎞)을 꼽았다. 전 대표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은 계곡에 닿으며 끊어지고, 계곡을 벗어나야 이어진다. 절벽 사이로 물이 흘러 풍경이 멋스럽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인제군 진동계곡도 오지 중 오지였다. 20㎞ 길이의 청정 계곡은 차갑고 맑고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단, 이런 계곡은 오고가는 불편을 감당해야 한다.
전 대표가 추천한 계곡은 다음과 같다. 강원은 소금강·무릉·덕풍계곡, 경남 수승대·대원사·한신계곡, 경북 선유동·불영사·주왕계곡, 전남 피아골·금릉경포대·남창계곡, 전북 뱀사골·구천동·봉래구곡계곡, 충남 갑사계곡, 충북은 선유동·선암·물한·송계계곡이다.
경기 ‘백운계곡’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일각에서 화제가 됐다. ‘백운계곡이 달라졌어요.’ 경기도와 포천시는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계곡 3.8㎞ 구간에 무료 공용 파라솔을 놓았다. 그늘막 자릿세에 6만원, 백숙 하나에 6만원을 내야 하던 곳이다.
경기도와 9개 시·군은 8월30일까지 불법행위 점검반을 운영한다. 백운(포천)·장흥(양주)·조종천·가평천·어비(가평)·수동·묘적사(남양주)·동막(연천)·탑동(동두천)·용문·사나사(양평)·남한산성(광주)·고기리(용인)계곡이다.
계곡은 위험하다. 갑자기 불어나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날씨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익사자 중엔 ‘음주 물놀이’를 하던 이들이 많다.
■숲속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용이한 휴양림과 캠핑장도 코로나19 대세 여행지로 떠올랐다. 국공립 시설은 바가지요금이 없고, 코로나19 방역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 인기다.
산림청 숲나들이(foresttrip.go.kr, 1588-3250)는 전국 155곳의 국공립·사립 자연휴양림 포털이다.
유명·인기 휴양림은 8월 초·중순 주말 예약이 어렵다. 평일이나 중순 이후 주말엔 갈 수 있는 곳이 제법 있다.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국립산림치유원, 숲체원, 치유의숲도 가볼 만하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fowi.or.kr)과 국립산림치유원(daslim.fowi.or.kr)에서 치유원과 숲체원 숙박도 예약할 수 있다. 숲 치유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한국관광공사는 ‘8월 추천 여행지’로 ‘걷고 사색하고 치유하다, 가평 경기도잣향기푸른숲’ ‘100년 된 소나무 숲이 지닌 치유의 힘, 국립대관령치유의숲’ ‘꽃, 나비와 숲속 힐링 타임, 국립제천치유의숲’ ‘오지 마을 초록 힐링,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영양자작나무숲’ ‘치유와 힐링을 즐기다, 아홉산숲과 부산치유의숲’ ‘비자나무와 차향이 어우러진, 장흥 보림사 비자나무 숲’ 등 여섯 곳을 선정했다.
최근 2년간 캠퍼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캠핑장은 ‘국립화천숲속야영장’이다. 산림청이 2018년 10월 이곳에 국립 휴양림 중 최초로 숲속 야영장을 개장했다. 야영지 간 간격이 넓다. 오붓하게, 조용하게 숲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야영장 주변엔 계곡도 흐른다. 산책로도 갖췄다. 국공립 야영장은 숯불이나 장작 사용에 제한을 둔다.
한국관광공사의 고캠핑(gocamping.or.kr)은 관광사업자에 등록한 2454개 캠핑장 정보와 주변 관광지 정보를 제공한다. 물가 캠핑장에선 ‘어린이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슬리퍼보다는 샌들을 신으라’ 같은 캠핑 노하우도 실었다. 전국 시·군별로, 해변·계곡·섬 등 테마별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고캠핑 사이트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실시간 예약은 민간업체인 캠프링크(camplink.co.kr)에서 할 수 있다. 국립화천숲속야영장은 숲나들이에서 하면 된다.
국립공원공단 예약정보시스템(reservation.knps.or.kr)도 전국의 야영장, 민박촌, 탐방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곳도 많다. 시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데도 있다. 자라섬캠핑장은 독채 형식인 캐라반B·C만 운영한다. 개방이나 프로그램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섬으로, 걸으러
코로나19 이후 유명 해수욕장 선호도는 줄었다. 한적한 피서지 선호에 장마가 영향을 끼쳤다.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면, 여름날 걷기도 두렵지 않다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이달의 추천길’로 내놓은 ‘마음이 뻥 뚫리는 섬 속 걷기’ 대상지도 고려할 만하다. 전남 여수의 금오도 비렁길 1코스, 경북 울릉의 해안누리길 행남해안산책로, 전남 여수의 거문도 동백꽃섬길, 인천 강화의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 경남 통영의 매물도 해품길이다.
비렁길 1코스는 절벽 끄트머리를 절묘하게 타고 넘나든다. 행남해안산책로에선 울릉도의 원시림과 기암괴석, 해식동굴을 볼 수 있다. 행남등대 쪽 정상에선 저동항과 촛대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러 형태의 기암괴석과 섬길을 즐길 수 있다. 섬은 무엇보다 다른 여행지에 비해 한적하다.
대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에서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두루누비(www.durunubi.kr)도 도보·자전거 길과 주변 관광지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관광품질인증(qualkorea.com)에서 바가지 없는 숙박 시설도 확인할 수 있다.
■숨은 관광지?
자라섬 남도는 덜 알려진 곳이다. 드넓은 공간에서 북한강과 남이섬을 조망할 수 있다. 김종목 기자
코로나19는 ‘숨은 관광지’에 대한 욕구도 키운다. 여행 종사자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 되묻거나 “그런 데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숨은 관광지’는 ‘덜 알려진 여행지’나 ‘비대면(언택트) 관광지’로 보면 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숨은 관광지’를 검색하면 ‘전국에 숨어 있는 관광지 29선 모아보기’ 항목이 뜬다. 서울식물원이나 의림지역사박물관, 부산현대미술관 같은 곳이 포함된 걸 보면 ‘숨은 관광지’란 분류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울산 회야댐생태습지’는 숨은 관광지란 말에 그나마 어울리나, 코로나19로 올해 개방(7월 중순~8월 중순)이 취소됐다. 에버랜드는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던 신원리 9만㎡ 규모의 숲에서 ‘포레스트 캠프’ 프로그램을 8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34만그루의 나무와 화초류를 뒀다. 입장권과 도시락, 숲·동물 설명회 등을 제공하는 피크닉 패키지(1인당 2만2900원·3만5900원/매주 토·일 일일 100명 한정)를 내놨다.
숨은 관광지? 경기 가평 자라섬을 찾는 이들 상당수가 그 존재를 모르거나 그저 넘겨버리는 곳이 남도다. 자라섬은 동도, 서도, 중도, 남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졌다. 남도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산책 코스로 자리 잡았다. 야생화 산책로, 노송 산책로 곳곳에 벤치나 테이블, 정자를 갖췄다. 가장 큰 매력은 드넓다는 점이다. 어느 곳에서든 하늘이 뚫려 있다. 가평 일대의 산과 강도 한눈에 들어온다. 유료인 남이섬과 달리 무료다. 해 질 녘 남도 끄트머리에서 800m 앞 남이섬 일대를 둘러보는 맛도 일품이다.
휴가를 가기 어렵다면, 마땅한 피서지를 찾지 못했다면, 강박을 비우고 ‘아무 데도 가지 않기’도 방법이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노을이 노래 가사처럼 붉게 타올랐다. 이 노을은 깨끗한 공기 덕이다. 코로나19 이후 미세먼지가 줄었다. 일상을 살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경이도 위안과 휴식이 되곤 한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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